황찬 객원 기자

우리나라의 궐련(종이담배) 역사는 1945년 해방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국가 전매제도 아래에서 발전해 온 국산 담배의 종류는 당대의 사회상, 경제적 상황, 그리고 국가적 구호나 행사를 고스란히 반영해 왔습니다. 연대별 주요 담배의 흐름과 대표 제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1. 1945년 ~ 1950년대 (해방 직후와 건국기)
해방의 감격과 건국의 염원을 담은 상표명이 주를 이뤘으며, 필터가 없는 막궐련이나 봉초(가루담배)가 주를 이루던 시기입니다.
• 승리 (1945년): 광복을 기념해 미 군정청 전매국에서 출시한 국내 최초의 궐련입니다. 10개비가 한 갑이었습니다.
• 백두산 (1946년), 무궁화 (1946년): 민족 자존심과 독립을 고취하기 위해 발행된 이름입니다.
• 화랑 (1949년): 국군 창설을 기념해 나온 담배로, 1981년까지 약 32년간 생산된 역대 최장수 국산 담배입니다. 초기에는 무필터였으나 나중에는 필터형으로 바뀌며 군용 보급품으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 아리랑 (1958년): 국내 최초로 필터가 달린 담배로 등장했습니다. (이후 1980년대에 나오는 동명 제품과는 다름)
• 풍년초 (1955년): 서민들이 주로 찾던 대표적인 봉초(말아 피우는 담배) 제품입니다.
2. 1960년대 (경제 개발과 국산화의 시기)
국가 재건, 경제 개발, 그리고 동물의 친근한 이름을 딴 대중적인 담배들이 공존했습니다.
• 새마을 (1961년): 국가 재건과 근면·자조 기조 속에서 서민들이 애용하던 무필터 담배입니다.
• 신탄진 (1964년): 동양 최대 규모의 신탄진 담배공장 준공을 기념하여 나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 백조 / 금잔디 (1965년): 서민층이 주로 찾던 대표적인 무필터 저가 담배였습니다.
• 청자 (1968년):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출시되어 품귀 현상까지 빚을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히트작입니다.
3. 1970년대 (자주 국방과 문화 다변화)
민족 정기를 고취하고 관광객을 겨냥하거나, 젊은 층의 기호를 반영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습니다.
• 한산도 (1974년): 고(故) 최규하 대통령이 애용하여 유명해졌으며, 은하수와 함께 군용 보급품으로 널리 쓰였습니다.
• 거북선 (1974년) / 태양 (1974년): 1970년대 대학생과 젊은층 사이에서 폭넓게 사랑받은 대표적인 고급 브랜드입니다. 거북선은 독특한 풍미로 인기가 높았고, 태양은 초기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하기도 했습니다.
• 한강 (1968년 첫 출시 후 70년대 정착) / 설악: 미니 시가(엽궐련) 형태 등 색다른 시도가 이루어졌던 제품입니다.
4. 1980년대 (대중화와 메가 히트작의 시대)
한국 담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전성기를 구가한 시기로, 전설적인 판매량을 기록한 제품들이 탄생했습니다.
• 솔 (1980년): 광복 이후 판매량 역대 1위를 기록한 국민 담배입니다. 한때 시장 점유율이 60%를 넘을 정도로 압도적이었으며, 군용 보급(군솔)으로도 널리 보급되었습니다.
• 장미 (1982년): 특유의 부드러움과 향으로 예술가와 애호가들에게 사랑받았습니다.
• 88 시리즈 (1987년~1988년): 88 서울 올림픽을 기념하여 탄생한 국산 최초의 3중 필터 담배입니다. 오리지널 88을 비롯해 88 라이트(군팔), 88 멘솔, 88 골드 등 다양한 파생 제품이 거리를 주름잡았습니다.
• 라일락 (1989년) / 한라산 (1989년): 80년대 후반 부드러운 맛을 강조하며 등장하여 지금까지도 이름을 이어오고 있는 장수 브랜드입니다.
5. 1990년대 (외래어 브랜드 전환과 에쎄의 탄생)
외국 브랜드(양담배) 수입이 자유화되고 KT&G가 민영화 체제로 넘어가면서, 한글 이름 중심에서 세련된 외래어 브랜드로 대거 전환되었습니다.
• 디스 (DISC, 1994년): 젊은 층을 겨냥해 합리적인 가격과 깔끔한 맛으로 큰 성공을 거둔 보급형 담배입니다.
• 엑스포 (1991년 대전엑스포 계기) / 시마 (2001년): 시대 변화에 발맞춘 모던한 패키지와 이름을 도입한 제품들입니다.
• 에쎄 (ESSE, 1996년): 초슬림(Super Slim) 굵기로 출시되어 국내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를 차지한 메가 히트 브랜드입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 대량 수출되며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6. 2000년대 ~ 현재 (다양화, 캡슐, 그리고 궐련형 전자담배)
금연 정책 강화, 웰빙 트렌드, 그리고 냄새 저감 기술의 도입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 레종 (RAISON, 2002년): 젊은 감각의 디자인과 다양한 향(허브향 등)을 접목해 인기를 끈 브랜드입니다.
• 더원 (THE ONE, 2003년): 저타르 시장을 개척하며 순한 담배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 캡슐 담배의 대중화: 2010년대 이후에는 필터 안에 과일향 등의 캡슐을 터뜨려 피우는 제품군(예: 보헴 시가, 메비우스, 디스 아프리카 등)이 주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 궐련형 전자담배 (2017년 ~ 현재): KT&G의 릴(lil)을 비롯해 아이코스, 글로 등 냄새가 적고 연기가 나지 않는 전자담배가 대세로 편입되며 시장의 주 소비층을 빠르게 대체해 오고 있습니다.
부평위클리 THE BUPYEONG WEEK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