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은 세종으로, 도시역사관은 내준다…인천시 협약 논란

이기현 기자

5년 무상 임대·리모델링비 200억원 추산… 인천 역사 공간 보존하고 장기적 활용 가능한 별도 시설 마련해야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를 인천에 조성하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조성하느냐다. 인천시가 인천도시역사관을 5년간 무상 임대하는 방식으로 센터 조성에 나서면서 협약의 실효성과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은 공간을 전환하기보다 송도에 별도 시설을 신축하는 것이 지역의 장기적 이익에 부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와 재외동포청은 지난 22일 인천도시역사관을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로 조성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천시는 건물을 무상 임대하고, 재외동포청은 국비를 확보해 리모델링을 추진할 계획이다. 임대 기간은 5년이며, 이후 운영 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사업비 확보도 아직 불확실하다. 재외동포청 관계자는 26일 리모델링 비용을 약 200억원으로 추산하면서 “연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예산 반영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확보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비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2027년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재외동포청 관계자는 센터 조성 배경에 대해 “2011년 시흥에 센터를 조성하려 했지만 행정 절차 등으로 사업이 지연됐다”며 “올해 초부터 인천시와 논의해 왔고, 재외동포청의 세종 이전 발표 이후 인천시가 도시역사관을 센터 공간으로 제안해 협약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인천시 관계자도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를 인천에 두기 위해 도시역사관을 무상 임대하는 방식으로 추진했다”며 “송도에 별도 부지를 확보해 신축하는 내용은 협약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센터를 인천에 유치하는 것과 기존 역사 시설을 전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가 인천에 자리 잡아야 한다면, 그에 걸맞은 독립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송도에 부지를 확보해 신축하면 인천도시역사관의 기능을 보존하면서 재외동포 교육·문화 교류를 위한 시설도 장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도시역사관 소장 유물을 2028년 개관 목표인 인천뮤지엄파크로 이전할 계획이다. 하지만 유물을 옮기는 것만으로 도시역사관의 역할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천의 도시 형성과 변화,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시민에게 알리던 전시·교육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5년 뒤 임대 연장 여부와 센터의 장기 운영 방안도 분명하지 않다. 리모델링에 약 200억원이 투입되더라도 국비 확보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고, 협약의 세부 내용도 공개되지 않았다. 사업의 지속성과 공공자산 활용 원칙을 고려하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는 인천의 새로운 문화·교육 거점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단기적인 공간 확보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인천의 역사 자산을 지키면서 미래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성해야 한다. 인천도시역사관을 무상 임대하는 방안만을 전제로 삼기보다 송도 신축을 포함한 대안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센터 유치의 명분과 인천시민의 장기적 이익을 함께 살리는 해법이 무엇인지, 인천시가 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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