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중호 객원기자
갈산천과 청천천이 만나는 곳에 서부2교 다리가 있다.
서부2교 다리 밑을 볼 것 같으면, 여름이면 분수가 솟구쳐 올라오고, 풍납 취수장에서 공급되는 상수원이 갈산천 청천천을 정화해서 하천이 생태, 생명공간으로 거듭 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서부2교 다리 위에서부터 상꾸지 놀이공원에 이르는 도로 한쪽에는 장이 선다. 채소과일 트럭에서부터, 족발 호떡 트럭, 각종 만물상 트럭, 할머니들이 펼쳐놓는 중고물품들까지, 여기 인도를 지날 때면 언제나 구경거리가 만발해서 발걸음은 언제나 더디 간다.
평일 저녁 무렵에는 주로 과일 채소, 만물상트럭, 족발 생과자등의 군것질 거리까지 다채로운 장이 선다. 주말이 되면 벼룩시장에서나 볼법한 액서서리 잡곡 나물 등이 등장하며 동네 어르신들이 이야기 꽃을 피우고, 지나는 행인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으로 탈바꿈한다. 이 거리를 갈산동 장마당 거리로 명명하여 활성화 시키면 지역의 명물거리가 될 법도 해 보인다.
여기서 장사하는 노점상들의 말에 의하면, 최근 구청의 단속이 심해 일주일 벌이를 하루 저녁에 벌금으로 날리고 마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불경기에 장사가 안되는 점포들이 노점상 탓을 하며 구청에 신고를 한다거나, 도로 교통 혹은 보행 통행에 방해된다며 지나는 주민들이 신고를 하고 있다는 것. 늦은 저녁 노점상의 푸념에 단골인 듯한 손님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아니,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서민들, 등을 쳐도 유분수지, 이게 뭐야? 도대체 구청이 서민들 벌금 먹이고, 누구를 위한 구청이야? 이 겨울바람 맞으면서 과일 채소 팔아서 먹고 살려는 사람들을 거리에서도 내 쫓으면 이 사람들 어디로 가라는 거야? 있는 놈들 안 내고 있는 세금이 한 두 푼이야? 그 XX들 돈이나 얼른 받아낼 것이지, 서민들 주머니돈 쌈지돈을, 그래 먹고 사는 생계비를 뺏어가냐!!!”
아닌 밤중에 도로 한 쪽에서 고함소리가 터져 나오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멈추어 서서 딱한 표정을 짓고 서로를 쳐다 보고만 서있다. 정식으로 세를 내고 가게를 얻어 장사하는 사람들에 물어본다. 가게들 앞에 물건들을 내놓고 판매하는 행위는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가 아닌지?
가게들 앞 도로에 물통을 갖다 놓고 자기 가게 손님 차가 아니면 주차를 못하게 막는 것은 원활한 도로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가 아닌지 묻고 싶다. 가게 앞 도로의 소유권이 그 가게에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길을 걷는 데 방해가 된다고 남의 생계를 끊어 놓는다면 그야말로 세치 혀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살인행위다.
작금의 시대를 한마디로 각자도생의 시절이라고 장난 반, 진담 반으로 말한 지 해가 넘어가고 있다. 가난한 자가 가난한 처지를 이해하며 그로 인해 서로 돕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 듯한데, 지금의 이 시절은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도 서로를 헐뜯게 만드니, 인정도 없고, 이해심도 없는 역지사지의 마음도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각자도생의 시대가 맞긴 한가 보다. 10년전 석유통을 들고 구청에 올라와 방화하려고 했던 40대 여성 노점상의 일이 떠오른다. 자고로, 밑바닥 인심을 잃으면 행정과 정치는 폭정이 되며 그 권한의 수명 바닥도 금방 드러나기 마련이다.
풍납취수장의 물이 청천천 갈산천에 공급되지 않으면 하수가 바닥에 고이면서 물이 썩고, 굴포천은 다시 악취를 풍기며 그 많은 팔뚝만한 붕어떼들과 피라미 새끼들이 한번에 사라지고 만다. 오리 가족과 해오라기 가족도 자취를 감추고 말 것이다.
생태는 환경이다. 구청이 행정이라는 환경을 조화롭게 잘 조성해야 노점상도 살고 점포도 살며, 서민들이 산다. 경직된 사고를 버리고 솔로몬과 같은 현명한 지혜가 더 많이 필요한 시대다. 지혜로운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늦은 밤까지 장사중인 노점 트럭
대낮의 서부2교 모습
청천천과 갈산천의 합수부, 왼쪽 낮은 제방 위에 풍납취수장에서 끌어오는 펌프 시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