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시 ‘박병일 명장, ‘골리앗’ 현대차 이겼다…업무방해. 명예훼손 무혐의

지난 9월 박병일 자동차 정비 명장이 인천의 한 정비공장에서 현대자동차가 자신을 고소한 데 대한 심경 등을 밝히는 모습.

현대자동차로부터 ‘업무방해’와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자동차 정비 명장 박병일씨(58)에게 검찰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국내 최대규모의 자동차 기업이 자사 차량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해 온 정비 전문가를 대형로펌을 앞세워 고소했다가 ‘망신’만 당한 셈이다.

인천지방검찰청은 현대자동차의 고소에 대해 ‘무혐의’ 처분키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해 온 인천 남동경찰서 역시 지난 7월 박 명장에게 제기된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각각 ‘혐의없음’과 ‘죄 안됨’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아 검찰이 수사 중일 당시 박병일 명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9월17일)에서 “대기업으로부터 고소당하면 겁먹고 그러는데 정당하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로부터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아냄으로써 그는 자신의 발언 그대로를 실현시켰다.

애초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2월 박병일 명장의 방송 인터뷰 다섯건을 문제삼아 그를 고소했다. ‘2013년의 투싼ix 에어백 미작동 사고’ ‘지난해의 송파구 버스 급발진 의혹’ ‘싼타페와 아반떼MD 누수 논란’ ‘국산 자동차들의 에어백 문제’ ‘레이디스 코드의 스타렉스 차량’ 등 다섯건의 사건에 관해 박 명장이 에어백 센서의 결함 가능성 등 안전성 문제에 대해 전문가로서 밝힌 의견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후 현대자동차는 경찰 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같은 주제에 대한 인터뷰 네건을 추가해 총 9건의 인터뷰를 가지고 수사가 진행됐다.

경찰이 ‘죄 안됨’과 ‘혐의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한 이후 인천지방검찰청에서 진행된 조사에서 현대자동차는 인천의 로펌 ‘명문’을 추가로 투입했고, 조사에는 변호사와 기술자 등 총 8명이 나와 박병일 명장과 설전을 벌였다.

박병일 명장은 변호사 선임은 하지 않았지만 보도를 보고 돕겠다고 나선 법무법인 ‘제현’의 이종호 변호사가 조사에 동행해 박 명장이 조사에 응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변호사는 “박병일 명장이 회사를 해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고 언론의 요청에 전문가로서의 답변을 한 것일 뿐인데 고소를 통해서 ‘재갈 물리기’를 하려는 모습은 부당해 보였다”면서 “특별히 한 것이 없었다. 박 명장이 검찰조사에서 꼼꼼히 소명해 ‘무혐의’ 결론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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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명장은 “검찰조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현대자동차로부터 ‘합의’ 제안을 받았지만 내용을 받아보니 현대차는 여전히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면서 “이런 방식은 수용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고 법대로 가자고 마음 먹고 싸웠다”고 설명했다.

박병일 명장은 최종 무혐의 결과가 나온 데 대해 “한국은 기술자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것을 깨고 기술자들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특히 이번 사건을 통해서 저를 응원해 주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보고 정말 큰 위로를 받았다”면서 “앞으로 옳은 길을 똑바로 가는 사람을 응원해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밝혀 온 대로 소비자 편에 서는 독립군으로 끝까지 남고 싶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를 ‘무고’로 고소할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그는 “(지난해 12월 현대자동차의 고소 이후) 1년간 저와 가족이 고통을 받긴 했지만 그동안 했던 지적들도 현대자동차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기에 역으로 고소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측은 검찰의 ‘무혐의’ 결론에 대해 “검찰의 결정은 아쉽지만 수용을 할 것이고 앞으로 고객들과 소통을 위해서 더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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