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부평 대중음악둘레길이 이미 있었다.

글쓴이: 이장열 대표(애스컴시티뮤직아트페어)

1. 들어가며

제주에는 올레길이 있다. 제주 오름을 걷는 길을 올레길로 명명해서 사람들에게 제주가 지닌 지리적 풍광을 널리 알려내는 것이 제주 올레길이다. 오름이 제주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제주 올레길이 생기면서 제주도가 먼 섬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섬으로 다가왔다.

제주 오름이 있어서 올레길이 생겼다면 이젠 부평 도심에도 둘레길을 만들 무형의 자산이 존재하고 있다. 20여 년간 부평은 한국대중음악의 중심지였던 부평 대중음악둘레길을 만들어서 부평이 지닌 가치를 국민들에게 알려내는 일을 시작한다. 제주 오름과 같은 자연은 존재하지 않는 부평에서 대중음악둘레길을 만드는 일을 왜 시작하게 되었는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부평은 한반도 내에서 미국 대중음악을 집중적으로 받아내면서, 그것도 광범위하게 수용한 장소로서는 유일하고, 이곳 부평이 한국대중음악사에서도 유래를 찾을 수 없이 유일한 중심 장소였던 점이 생뚱맞지만 부평 도심 한가운데에 부평 대중음악둘레길을 만들 수 있는 유일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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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부평 대중음악둘레길 1코스-부평 애스컴시티(대중음악 소비공간)

부평은 1950년대 중반부터 1979년대 중반까지 한국대중음악사에 큰 족적을 새긴 곳이다, 미8군의 가장 큰 기지 애스컴시티(미군수지원사령부)가 부평에 자리 잡았다는 이유로 미국의 대중문화가 한반도에 가장 큰 규모로 유입되었다.

부평 애스컴시티에는 미8군의 미군지원사령부가 자리잡았다. 미국 본토의 미군 전력이 한반도에 전출되어 오면 보충대가 설치된 애스컴시티에 반드시 거처 가야하는 곳이기에 한반도 내 미군기지 가운데 상시적, 유동적 미군 전략이 가장 많았던 특징을 지닌 곳이다.

1962년 7월 2일자 동아일보에는 부평 애스컴시티에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노무자가 8천여명, 미군위안부는 1천8백 명 정도가 종사하고 있었다는 기사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부평 애스컴시티에는 수많은 미군들이 근무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부평 애스컴시티만 7개 캠프가 있었고, 미8군의 위락시설로 분류된 클럽도 한반도 내에서 가장 많았다. 현재까지 파악된 애스컴시티 클럽은 22개로 장교클럽, 부사관클럽, 사병클럽, 극장으로 구분해서 존재했다.

부평 애스컴시티에는 4개의 큰 규모의 Camp Market, Camp Grant, Camp Taylor, Camp Tyler와 작은 규모의 3군데 Camp Adams, Camp Harris, Camp Hayes 포함, 크고 작은 작은 7개 캠프로 구성되어 있다.

부평 애스컴시티에는 보급창, 의무대, 공병대, 통신대, 항공대 등의 미군 부대들이 자리 잡았다. 121후송병원, 55보급창, 6의무보급창, 565공병자재창, 19병기창, 44통신대, 512정비대대, 55항공대, 8057보충대, 37공병대, 8057보충대, 37보충대, 76보충대, 79병참대대, 44공병대, 76공병대, 70자동차부대, 74자동차부대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현재 부평 캠프마켓(Camp Market)면적은 약 44만m²이다. 행정구역상 부평구 산곡3동과 산곡4동에 걸쳐 있다. 캠프마켓만 남아 그 규모는 크게 축소되었지만, 여전히 반환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캠프마켓은 2011년 기준으로 군인 1명, 군무원 10명, 한국인 근로자를 포함해 민간인 308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미 육.공군 교역처 베이커리(AAFES BAKERY) 공장만 가동 중에 있다.

부평 애스컴시티 클럽은 최신 미국 대중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던 공연장이었기에 대중음악이 소비되었던 자산으로 바도 무방할 것이다. 부평 애스컴시티 클럽에는 미8군 오디션을 통과한 한국 연주자들이 밴드를 구성해서 공연했다.

부평 애스컴시티 클럽에서는 매일 밤 한국인 밴드들이 미군들이 좋아하는 음악들을 연주하였던 이유로 한국인 밴드 구성원들은 늘 미국의 최신 대중음악을 연습하지 않으면 안 될 여건이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새로운 미국 대중음악의 리듬감각을 한국인 밴드 연주자들이 어느 곳보다 집중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부평에서 연출된 셈이다.

이런 밴드 연주자들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리듬을 익히게 되면서 한국 대중음악이 새로운 장을 마련하게 된 것이기에 부평 애스컴시티 미군 클럽은 한국 대중음악사에 큰 기여를 한 장소이자 한국 대중음악의 소중한 자산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한국 대중음악사에 새로운 장을 마련해 준 부평 애스컴시티 클럽들을 기억하고 그 장소가 어디에 있었는지, 그곳에서 연주한 한국인 밴드 현황, 밴드가 연주한 곡들을 죄 찾아내어 기록하고 발굴해서 널리 알려내는 일은 부평지역사를 두텁게 할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여겨진다.

부평 애스컴시티 주변으로 한국대중음악 중심지로서 그 의미를 간직한 장소 주변으로 부평 대중음악둘레길 1코스를 조성하는 것은 부평지역사와 한국대중음악사를 폭넓게 확장시킨다는 측면에서 마땅하게 진행되어야 할 일일 것이다.

부평 대중음악둘레길 조성은 대중음악의 소비 공간으로서, 한반도에서 미국 대중문화의 최대 수용지로서 부평 애스컴시티의 역사성을 복원한다는 측면과 더불어 지역사 관점에서도 뜻깊은 미래 지향성을 띤 실천이다.

이와 더불어 부평에 대중음악둘레길 조성이 가능한 이유는 소비 공간만 존재했다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대중문화의 유통, 창작 영역이 동시에 존재할 때 부평 대중음악둘레길은 조성 명분이 생길 수 있다. 부평에서는 대중음악의 소비공간으로서 부평 애스컴시티 뿐만 아니라, 유통 공간과 창작 공간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부평 대중음악둘레길이 대중문화 관점에서 완벽한 조건을 갖춘 곳으로 부평이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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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평 대중음악둘레길 2코스-부평 신촌(대중음악 유통공간)

대중음악의 유통공간으로 부평 신촌은 미군전용클럽이 22군데나 있었던 장소였다. 부평 신촌은 미국의 대중음악을 한국인들도 접할 수 있는, 당시로서는 한반도에서 유일하고도 미군전용클럽이 밀집해 있었던 곳이었다.

부평 신촌에 존재했던 22군데 미군전용클럽 주변을 연결해서 부평 대중음악둘레길 2코스를 만들어서 진행할 예정이다. 부평 신촌이 부평 대중음악둘레길 2코스로 가능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대중음악을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한국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고, 미국의 대중음악이 한국인들에게 전파될 수 있었던 장소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 대중음악의 대중성과 역사성이라는 측면에서 유통공간이었다는 것만으로도 부평 신촌은 부평 대중음악둘레길 2코스로서의 의미가 있는 곳이다.

4. 부평 대중음악둘레길 3코스-부평 삼릉(대중음악 창작레지던스 공간)

특히 부평 대중음악둘레길 3코스는 한국 대중음악에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낸 창작 영역을 담당한 장소로서 부평 삼릉이 적임지다.

부평 삼릉은 한국대중음악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장소로서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 장소이다. 여태껏 부평 대중음악을 이야기할 때 미군부대 중심으로 곧 수동적 관점에서 접근해 오다보니 부평이 그저 미군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대중음악으로만 인식되는 태도를 보였고, 앞선 연구자들도 이런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수동적 관점에서 벗어나야 하고, 한국의 대중음악 리듬을 개척한 적극적인 관점에서 부평 대중음악을 인식하는데 부평 삼릉은 창작 레지던스 공간으로 막중한 역할을 담담했던 장소로서 새롭게 인식되어야 한다.

부평 삼릉은 미8군 오디션을 통과한 밴드 연주자들이 집단적으로 200여명~300여명이 늘 20년 동안 거주한 공간이었다는 점을 대중음악에 관심을 둔 이들이 간과하는 바람에 부평이 한국대중음악의 중심지였다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말았다.

서울에 자리한 미8군 사령부에서 오디션을 통과한 한국인 밴드 연주자들은 부평 삼릉에서만 배차되는 미8군 버스를 타고 부평 애스컴시티, 경기도 의정부, 파주 등 미군기지 클럽으로 연주하기 위한 출퇴근을 해야만 했다.

부평 삼릉은 미군클럽에서 연주하는 한국 밴드연주자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살 수 밖에 없는 여건이 조성되었다. 부평 삼릉의 낮 시간에는 밴드 연주자들이 악기 연습을 하는 진풍경이 늘 볼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부평 삼릉은 미군철수가 이어진 1970년대 초반까지 전국에서 모여든 실력 있는 청년 연주자들 200~300여 명이 집단적으로 모여 산 게토와 같은 장소로서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보기 드물고 유일하게 연주자들이 집단 거주한 진풍경이 연출된 곳이 바로 부평 삼릉이라는 콘텐츠를 이제서야 발견하게 됐다.

그래서 애스컴시티뮤직아트페어는 민간차원에서 부평 삼릉을 부평 대중음악둘레길 3코스로 선정해서 추진하고 있다. 부평 삼릉은 한국 대중음악 연구자들조차 애써 주목하지 하지 않았다. 부평 삼릉은 20여 년 간 한국 대중음악의 중심지로서, 창작 레지던스 공간으로서 역할을 담당한 곳인데, 여태껏 이런 가치를 발견하거나 재인식하지 못한 결과 부평이 대중음악도시로 힘입게 나아가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부평 삼릉에 거주한 대중음악 연주자들을 발굴해야 한다는 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부평 삼릉을 부평 대중음악둘레길에서 가장 중요한 코스로 인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평 삼릉은 ‘돌아가는 삼각지’를 부른 가수 배호가 처음 미국 대중음악을 접한 곳이기도 하고, 부평 애스컴시티에서 드러머 연주자로 대중음악의 첫발을 디딘 장소로도 기억되어야 할 만큼 한국 대중음악사에 가장 중요한 장소로 부평 삼릉은 재인식되어야 할 곳이다.

5. 나오며

부평 대중음악둘레길 조성은 부평 지역사와 한국대중음악사 관점에서도 누구라도 대중음악의 자산을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간직하고 있는 부평 애스컴시티, 부평 신촌, 부평 삼릉을 잇는 일은 부평에 사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부평의 미래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해야 할 역사적 과업인 셈이다. 그래서 ‘애스컴시티뮤직아트페어’는 부평 대중음악둘레길 조성을 이미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여기 부평에서 놀고 여기서 미래 가치를 확산시키고자 한다.

 

*스페이스 빔 격월간 [시각](2018년 7월/8월호http://spacebeam.net/939604)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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