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포천 따라서] 몸살 앓는 굴포 삼각주

by 김중호 객원기자

연전에 본보(2023. 11. 27. ‘굴포천 삼각주에 ‘징검다리’ 사라져’)에서 다루었던 굴포천 삼각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개선사업에 대한 후속기사를 내보낸다.

그간 민간 혹은 굴포천 봉사단체에서 주장해온 사근다리 입구에 설치되어 있던 ‘근본 없는’ 동화 조각상들이 철거되었다.

부평의 역사 전설과 아무런 관계없는 동화의 내용을 막대한 돈을 들여 설치되어 있던 어린왕자를 닮은 동상들이 치워진 곳은 마치 앓던 이를 뺀 것처럼 시원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늦었지만 바른 행보를 보여주는 부평구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진1> 동상들이 사라진 사근다리 입구의 모습

아울러, 기자는 굴포천과 관련하여 반가운 소식 한 가지와 안타까운 소식 한 가지를 전하고자 한다.

최근 굴포천이 심상치 않다

청천천과 갈산천이 만나는 지점에 분수가 가동되고, 상수원으로부터 폄프로 맑은 물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한강의 물고기가 산란을 위해 굴포천을 거슬러 올라오는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되고 있다.

<사진2> 힘차게 물길을 거슬러 올라오고 있는 물고기

이들 물고기떼가 무리지어 물길의 흐름을 거슬러 오르면서, 여기 저기 물 표면에서 풍덩거리는 소리와 물고기들의 자멕질 소리가 산책하는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들 물고기들은 주로 청천천을 타고 올라온다. 부평역사박물관 뒤편, 시냇물공원에 있는 정자 아래에서 청천천과 굴포천이 만난다. 이곳의 물 깊이가 깊어, 한강을 거슬러 온 물고기들이 여기서 집단적으로 서식하는데, 이들이 천을 거슬러 상류로 올라오는 것이다.

<사진3>  돌 징검다리가 훼손된 위로 천을 가로질러 길을 만들고 하나의 관을 매설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3, 4년 전만 하더라고 물고기들이 청천천뿐 아니라, 굴포천을 타고 갈산천으로도 유입되어 올라왔다. 주로 더운 여름철에 큰 어미 물고기들이 기후체험관 뒤편 다리 밑을 거슬러 부평구청앞 삼각주 지역까지 올라왔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성어들의 개체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일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상수원에서 맑은 물을 끌어오기 위해 하천 공사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어린 물고기까지 씨를 말렸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인간이 하는 일에 직접 영향을 받는 자연의 생물들은 생명의 존재 자체를 위협 받게 된다.

민간단체에서 굴포천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취지에서 지정한 굴포 8경에 삼각주 수양버들의 풍경이 있다. 기자의 경험상, 이 수양버들과 그 아래로 놓은 돌다리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은 그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어릴 적 추억의 풍경으로 굴포를 빛나게 하는 최절경에 해당한다고 극찬하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곳이 작년부터 훼손되고 있다

돌다리 위를 덮어버리고 돌관을 묻어 물길을 끊어 놓지를 않나, 최근에 돌다리를 다시 놓아 두고, 하나의 관을 매설하여 상하류의 물길 흐름을 원활하게 하지 않게 하고 있다. 공사의 결과로 하나의 관으로만 물을 흘러 내려가게 하면, 일단 하류의 물고기들이 여기까지 거슬러 올라올 수 없게 된다. 있다 하더라도, 그 오르는 길은 너무 고된 여정이 될 것이다.

<사진4> 돌다리를 다시 놓고 그 위로 관 하나를 매설했다.

또한 물길이 막힌 이후부터 물에서 악취가 풍겨 올라오기 시작했다. 상류에서 흘러 내려온 생활하수가 물이 고이게 되면서 오염원들이 흘러 내려가지 못하고 이곳에 퇴적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치어들이 살기에는 매우 부적합한 환경이 될 것이고, 최근 이곳에 서식하며 노닐던 수십 마리의 오리떼들도 주변으로 모두 흩어져버리는 기현상도 발생했다.

그리고 이 삼각주 지역은 멸종 위기종으로 보호하고 있는 맹꽁이 서식지이기도 하니, 최대한 자연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지역인 것이다.

<사진5> 학생들이 돌다리 아래 물 속에서 놀고 있다.

굴포천을 거닐고, 둘레길을 산책하면서, 천이 살아야 인간도 산다는 의식을 가슴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지나치는 나무 한 그루, 꽃대 하나로 웃음과 미소 안도의 숨을 쉬고, 그 아름다운 그늘과 향기에 취해 자연이 주는 안식을 인간은 갖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그 어떤 것도 생태 환경이 아닌 것이 없다. 거기에 더해 물이야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물은 인간뿐 아니라 이 대지, 지구의 생명줄이 아니던가.

보존은 못하더라도 훼손이 될만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기자의 마음이 씁쓸하고 아프기까지 하다. 상대적으로 청천천 쪽의 물길이 맑아지면서, 물 높이도 높아져, 물고기들이 떼지어 거슬러 올라오고 있다.

그나마 반가운 하나의 사건은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관심대상 생물종에 속하는 왜가리도 날아와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펌프 송수 전후로 굴포천의 환경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목격할 수 있고, 이런 환경의 변화는 분명 다양한 생물활동을 동반하며 바람직한 생태를 조성할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천변에 사는 우리 인간들의 삶도 풍요롭고 건강한 호흡을 유지할 것이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

<사진6> 왜가리가 날아와 청천천 수로를 관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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