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사살 작전은 美 정부가 쓴 소설”

[美 탐사보도 전문기자 세이모어 허시 폭로] 
“파키스탄이 이미 구금… 美 군사지원 받은 대가로 CIA에 은신처 알려준 것
빈 라덴이 최후까지 저항? 거동조차 힘든 병자였다”
백악관은 “근거 없다” 반발


 미국 군사 문제 탐사보도 전문기자 세이모어 허시
“오늘 미군 특수부대가 오사마 빈 라덴이 숨어 있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가옥을 급습해 교전 끝에 그를 사살했다. 정의는 실현됐다(Justice has been done).”
지난 2011년 5월 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1년 9·11테러의 배후인 알카에다 지도자 빈 라덴의 사살을 발표하면서 결연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인들은 이 깜짝 발표에 환호했고 임기 3년 차이던 오바마 대통령 지지율은 탄력을 받았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의 당시 이 말이 송두리째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는 글이 발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군사 문제 탐사보도 전문기자 세이모어 허시〈사진〉가 유럽 최고 권위의 서평지 ‘런던 북 리뷰’에 최근 기고한 ‘오사마 빈 라덴 죽이기(The Killing of Osama Bin Laden)’이다.
원고지 293매 분량의 글 핵심은 간단하다. 미 특수부대가 10년 가까운 추적 끝에 자력으로 빈 라덴 은신처를 확보한 뒤 전광석화처럼 급습해 처단했다는 당시의 무용담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사살 작전이 파키스탄 도움 없이 온전히 미군의 전력만으로 수행됐으며, 이 사실을 파키스탄군 고위 장성들도 까맣게 몰랐다는 당시 발표 내용에 대해 ‘가장 뻔뻔한 거짓말(most blatant lie)’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허시는 당시 작전에 직·간접 관여했던 익명의 담당자들에게서 들은 증언들을 근거로 오바마 대통령 발표 내용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우선 ‘이 잡듯 빈 라덴 은신처를 뒤졌다’는 미국 주장과 달리, 2006년부터 빈 라덴은 미국 우방인 파키스탄 군 정보부(ISI)에 체포돼 구금돼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를 계기로 2010년 미국과 파키스탄 당국 간에 빈 라덴을 두고 ‘은밀한 거래’가 있었다고도 얘기한다. 원래 파키스탄 ISI는 빈 라덴을 극비리에 구금한 채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 극단주의 무장 세력의 군사 도발을 제어할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었다고 기고문은 주장했다.

 세이모어 허시의 주요 보도
그런데 같은 해 8월 파키스탄의 전직 고위 정보장교가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 내 CIA(중앙정보국) 사무실로 찾아와 빈 라덴 거처를 알려주면서 ‘인도 절차’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는 2001년 9·11테러 뒤 벌어진 테러와의 전쟁에서 당시 미국이 파키스탄에 제공했던 각종 군사 지원에 대한 ‘보답’인 동시에 향후 추가적인 군사 원조를 기대하며 건넨 ‘선물’ 성격이었다고 허시는 설명했다. 허시는 당시 ISI 고위 관료 두 명의 실명까지 거론한 뒤 미국이 ‘더 이상 빈 라덴 건에 파키스탄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약조로 이들에게 2500만달러(약 273억원)까지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허시에 따르면 빈 라덴은 최후까지 숨어 저항한 ‘전사’가 아니라, 감금된 상태에서 병들고 초췌해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는 병자였다. 6명 특수부대원이 아보타바드 집을 급습해 사살했다는 것은 ‘소설’이라는 얘기다. 허시 기고문은 11일 CNN과 보스턴글로브 등 미국 유력 매체는 물론 유럽·호주·인도 등 세계 언론이 긴급 보도했다.
하지만 그의 기고문에 대해 “탐사보도의 권위자라 해도 익명 제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특수부대원들의 일관된 주장을 무시하고 검증이 어려운 주장만 펼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백악관은 즉각 반발했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이날 “허시의 기고문에는 부정확하고 근거 없는 내용들만 가득하다”고 말했다.

허시는 누구… 베트남戰 학살 폭로, 1970년 퓰리처賞

세이모어 허시는 미국 탐사 보도의 권위자로 꼽힌다. 1937년 미국 시카고에서 리투아니아계 유대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는 22세 때 중소 매체의 경찰서 출입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이후 AP통신, 뉴욕타임스 등 저명 언론사를 거친 뒤, 주간지 뉴요커에 정기 기고하고 있다.
허시는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민간인을 학살하고 이를 은폐한 ‘미라이 사건’을 보도해 1970년 퓰리처상을 받으며 명성을 얻었다. 2004년 미군이 이라크군 포로의 인권을 유린한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사건’을 보도했다. 세계적인 심층 보도에 수여하는 ‘조지 폴크상’을 다섯 차례, 잡지계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전미 잡지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1986년 저서 ‘타깃은 파괴됐다’를 통해 1983년 대한항공(KAL 007) 피격 참사는 당시 소련의 무능함과 미국 정보기관의 교란 작전 때문이었다는 가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런던 북 리뷰 링크(원본 글)

http://www.lrb.co.uk/v37/n10/seymour-m-hersh/the-killing-of-osama-bin-laden

About THE BUPYEONG POST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