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주권시대’? 몸에 맞지 않은 옷이다.

글쓴이: 이장열 대표기자_lee@incheonpost.com

인천지하철 개통 ‘시민권리’…우리나라가 연방제 나라인가?

 

인천시가 인천지하철2호선 개통을 두고 인천의 교통 주권시대를 열었다고 도심 거리마다 현수막으로 부착했다.

인천 지역 언론도 인천시가 내세운 시정 구호를 그대로 받아 인천 주권시대가 열렸다고 지면에 올리고 있다.

주권이라는 용어는 법률적인 용어로 통용되어 왔다. 사전적 의미를 굳이 들먹인다면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으로 정의되어 있다.

주권이라는 말은 국가 단위에서 사용되는 용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을 인천시장과 인천시 공무원들, 그리고 지역의 언론인들이 굳이 몸에 맞지 않은 주권이라는 무거운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그것이 지역의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는가 하는 곡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빈 깡통이 요란하다는 말이 오래전부터 있지 않은가. 인천지하철 2호선 개통이 국가 단위에서 권리를 되찾는 것처럼 대단한 일로 뻥튀기하고 싶은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인천과 주권을 붙여서 사용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셈이다.

인천지하철은 인천시민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필요한 대상일 뿐이다. 인천지하철이 다른 나라로부터 권리를 빼앗겨서 오랫동안 개통을 못한 것이 아닌데, 지하철 개통이 마치 일본제국주의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마냥 주권 시대로 열었다고 선전하는 모양새가 너무나 불편하고 유아적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이 연방제 국가가 아니다. 서울에 주권이 있고, 부산에 주권이 존재하는 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하나다. 대한민국 전체를 아우르는 권리가 주권이다.

결국 인천 주권 시대는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 형국이라는 점에서 인천 주권 시대라는 용어는 지금 당장 쓰지 않는 것이 더 이상 생각이 없는 인천이라는 비아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른 목표로 두고 인천과 인천시민들의 자존심을 팔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그 용어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인천지하철 개통은 시민권의 문제임을 아직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근대적인 국가주의에 여전히 사로잡혀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

‘인천 주권시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당장 벗어 던져 버려야… 굳이 쓴다면 ‘인천 시민권 시대’가 맞다. 이것이 시대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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