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식, 부평지역사 19] 마장(馬場) 이야기(2) ‘신이 거닐던 뜰…신로야(神路野)’

박명식 향토사학자(부평문화원 이사)

부평구가 2021년 문화도시로 지정 되었습니다. 앞으로 부평 문화다움으로 성장하기 위해 어떠한 색의 옷을 입어야 할 지 고민하고 부평 성장 동력으로 문화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문화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지명(地名)속에 담겨 있는 내 고장의 귀중한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 할 때가 되었고, 이 땅의 미래 세대 청소년들에게 내 고장 바로알기와 우리의 전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 본다.

땅 이름은 본래 우리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말을 찾아 올라가 보면 그 말이 지니고 있는 그 고장의 역사를 발견할 수 있다. 땅이름은 그 고장 역사 변천에 따라 바뀌어 왔으며 생활과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산곡1동과 청천1동의 경계선인 대교천(大橋川 – 세월천) 개울 따라 원적산 깊숙이 올라가면 산 중턱에 넓은 벌판이 있어 이를 큰골⦗大谷⦘이라 불러 왔다. 수원이 부족하여 농경에는 메마른 불모지였다.

1910년 경 작성된 ⌜조선지지자료⌟에 동리명이나 하천 등 면(面)에 관한 정보를 보면, 부평군 마장면의 항목에는 산곡리, 청천리, 효성리를 소개하면서 ‘뫼골말, 말근내, 새벼리’라는 한글 지명을 병기해 두었다. 또한 원적산과 안아지고개가 모두 청천동에 위치한 것으로 기록하였으며 원적산은 예전부터 기우제를 지내는 산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1894년에 제작된 조선육도(朝鮮陸圖) – 아시아역사자료센터에 보관 明治27年製

청천리를 흐르는 하천도 적혀 있다. 황어천(黃魚川)과 육문천(六門川)이다. 한글로는 눈다리개천, 육문이개천이라고 했다. 지금 위치상으로는 청천천과 세월천이다.

‘신로야(神路野)’란 특이한 들판 이름도 눈에 띈다.

청천천은 안아지 고개에서 흘러나와 원적산을 끼고 마제이(淸川洞)마을 앞에서 마장뜰을 가로질러(지금 GM자동차 공장) 굴포천 본류로 이어졌으며 세월천은 원적산 골짜기에서 흘러 청천리와 산화촌 사이를 지나 굴포천으로 흘렀으나 원류는 도시화와 산업화로 복개되고 일부 유로(流路)는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청천동은 도로 주위로 소규모의 주거지가 위치해 있기는 하였으나 큰 마을을 형성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일대에 과수원도 조성돼 있었던 듯하다. 청천리는 북쪽에 효성리와 마주하고 있으며 경계는 청천천이었다.

두 지역 간 경계는 1995년 신설된 계양구에 효성동이 속하면서 구역이 조정될 때까지 계속 유지 된다. 청천리의 남쪽은 산곡리로 연결되고 동쪽은 갈산리, 대정리(부평동)와 접해 있었다.

1910년 작성된 ‘청천리 원도(原圖)’와 하천의 흐름 (출처 : 국가기록원)

산곡리 일대와 부평지역에 일제의 조병창과 기능공양성소 그리고 민간군수하청업체들이 들어서며 1940년에 신도시 아닌 신도시로 조병창 근로자가 거주하게 될 조선영단주택이 들어오게 된다. 건물 평수에 따라 조선인과 일본인을 입주 구분 짓고 구사택 704호와 신사택 216호가 들어선다. 당시에는 허허벌판으로 논도 밭도 아닌 불모지 저습지대 부평시장 일대보다는 생활환경이 좋았다.

광복 후 이 지역 인근에 미군부대가 위치하고 1960년대에 큰골 일대에는 양계농장 청천농장이 들어서고 부평수출산업공단이 자리 잡게 된다. 이로 인하여 산곡동과 청천동은 상권이 발달하고 경제적인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인근 마을들은 공장근로자들을 위한 주거지로 붐비기 시작했고 말 그대로 노동자의 마을이 됐다.

조선영단주택의 구사택과 신사택 (산곡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구분)이 있고 1950~60년대에는 신사택과 산곡초 위쪽 원적산 터널 입구 하이마트 길주로 사거리에는 에스컴 시티의 헌병대와 미군부대 형무소가 위치했다.
산곡동 영단주택(구사택) (사진제공 : 박명식)
산곡동 영단주택 앞 – 백마시장 골목 (구사택) (사진제공 : 박명식)
산곡동 영단주택 – 백마극장 앞 골목(사진제공 : 박명식)
1960년대 청천동 부평경찰서와 북인천등기소 앞 복개되기 전 하천으로 부평구청 굴포천으로 합류되고 인근에는 부평형무소와 축산물 도축장이 있었다. (사진제공 : 곽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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