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평대중음악 둘레길 조성에 앞장선 '에스컴시트 뮤직아트페어' 이장열 대표는 2018년부터 개인적으로 애스컴 시티 답사를 이어가며 부평 대중음악 둘레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

K-팝의 원조, 부평대중음악둘레길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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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일 2022.02.09 (수) 15:00

by 김지숙 I-View 객원기자 jisukk@hanmail.net

부평대중음악 둘레길 조성에 앞장
‘애스컴시티 뮤직 아트페어’ 이장열 대표

‘꿈이 길을 만든다’고 했던가. 대중음악 발상지인 부평의 역사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묵묵히 길을 만들어나가는 사람이 있다. ‘부평 대중음악 둘레길’ 3코스를 만들었고 7코스를 향해 현재도 길을 닦는다. ‘애스컴시티 뮤직 아트페어’ 이장열(54) 대표를 만났다.

▲ 부평대중음악 둘레길 조성에 앞장선 ‘에스컴시트 뮤직아트페어’ 이장열 대표는 2018년부터 개인적으로 애스컴 시티 답사를 이어가며 부평 대중음악 둘레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

한국 대중음악 발상지인 부평, 역사와 가치 알리고 싶어​

“우리나라 K-Pop이 갑자기 나온 게 아니에요. 외세의 아픔 속에서도 긴 시간 치열하게 노력한 악사들이 있었어요. 그들이 한국 대중음악의 근대화를 일으켰죠. 바로 부평에서요. 부평은 한국 대중음악의 본거지이자 소금같은 지역이었죠.”

이장열 대표가 부평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12년부터다. 이후 2017년 부평구 인문도시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면서 경인교대 기전문화연구소와 공동연구를 시작했고 한국 대중음악의 근거지인 부평의 역사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했다. 2018년부터는 개인적으로 애스컴 시티 답사를 이어가며 부평 대중음악 둘레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중음악 발상지라는 걸 시민들이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무형의 문화이지만 뿌리가 부평이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데 그냥 묵힐 수는 없었죠. 보석의 가치를 뒤늦게라도 시민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둘레길을 만들었습니다.”

 

‘부평대중음악둘레길’, 1~3코스

부평 대중음악 둘레길 1코스(도보 50분, 3.6㎞)는 부평 애스컴 시티 일대다. 1950년대, 부평에는 캠프 마켓(Camp Market) 등 7개의 미군부대가 자리했다. 이 구역을 ‘애스컴 시티(ASCOM City)’라 불렀다. 한반도에서는 가장 큰 규모로 그들만의 도시가 형성된 셈이다. 애스컴 시티에는 장교, 사병, 부사관 클럽 등 24개의 클럽이 자리했다. 클럽은 당시 미국에서 유행했던 음악이 가장 먼저 유입돼 뿌리내렸던 곳으로 일종의 소비공간이었다. 부대 내 클럽에서 연주했던 악사는 한국 청년들인데 이들에겐 오디션을 통과해야만 연주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당시만 해도 경제 상황이 너무 안 좋았는데 악사들은 공무원 월급의 열 배도 넘는 돈을 받았다고 해요. 그러니 한국 청년들에겐 꿈의 무대였죠. 미군 부대 내에서는 재즈나 블루스 음악이 연주됐어요. 악보도 없었으니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겠어요. 이런 환경이 청년들의 실력을 키우고 음악적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한 거죠.”

▲ 에스컴 시티 당시 스타닥스 밴드에서 드러머로 활동했던 박현호 선생(사진)은 가수 배호도 이곳에서 2년정도 활동했다는 것을 증언했다.

한국 청년들은 브라스 악기로 7인조 빅밴드를 구성해 부대 내 클럽에서 연주를 이어갔다. 대중음악이 새로운 문화로 펼쳐나가게 된 것이다.

“당시 스타닥스 밴드에서 드러머로 활동했던 박현호 선생을 통해 가수 배호 씨도 19살 때 이곳에서 2년 정도 활동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부평삼거리에서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살았다는 걸 증언해 주셨죠.”

부평 대중음악 둘레길 2코스(도보 20분, 1.24㎞)는 부평 신촌이다. 신촌은 미군들이 일과 후 유흥을 즐겼던 곳으로 기지촌과 함께 우리나라 사람들이 운영했던 민간클럽이 20여 곳 넘게 자리했다.

▲ 2019년 드림보트 클럽이 있던 건물에 부착한 명패와 명판.(사진 왼쪽). 2020년 드림보트 건물은 완전히 철거되었고 자리에 새로운 건물이 지어졌다.

“당시 신촌은 별천지였다고 해요. 클럽엔 미군만 출입이 허용됐지만, 한국 청년들에게도 음악적 영향이 미쳤던 유통공간이었어요. 이곳에 살았던 한국 사람, 악사, 위안부들까지 모두 기억해야 하는 역사적 장소죠.”

현재 신촌에선 클럽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2020년까지만 해도 클럽 드림보트가 자리했던 건물이 남아 있었지만, 철거되며 흔적마저 사라졌다.

“부일옥이란 식당인데 그 건물에 드림보트 클럽이 있었고 건물 자체가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었죠. 대중음악 발상지라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클럽이고 역사적 가치를 가진 중요한 장소였는데 철거돼 너무 아쉬워요. 후에 그 자리에 새 건물이 완성되면 드림보트가 있던 곳이었다는 걸 알릴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해요.”

3코스(도보 30분, 3.64㎞)는 부평2동 삼릉 일대다. 미군 부대의 오디션을 통과했던 사람들이 모여 살던 창작 거주 공간이다. 이들은 수원과 의정부, 평택 등 미군 클럽으로 출근해 연주했는데 이들을 실어 나르던 집결지가 바로 동수역 3번 출구 인근이었다. 3번 출구 인근엔 악사들이 출근 전 군용트럭을 기다리며 머물렀던 건물이 자리했으나 이 건물 역시 현재 새 단장을 위해 철거중이다.

▲ 인천지하철 1호선 동수역 3번출구 앞 건물은 악사들이 출근전 차를 기다리며 시간표도 확인하고 머물렀다. 그 건물은 현재 철거중이다​. 동수역 표지판.

“삼릉은 한국 대중음악을 새롭게 편성한 창작자들이 모여 살던 곳이죠. 당시 악보도 없어서 판을 돌려 낮엔 채보하고 연습하면서 저녁엔 미군부대에 출근해 연주했어요. 우리가 놓치고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사라지거나 기억이 희미해지는 유산이 많아요. 이런 무형의 유산을 기념하기 위해 2019년 동수역 3번 출구 인근에 표지판을 세웠지요.”

부평이기에 가능한 문화 행위로 세계화 꿈꾼다

이 대표는 부평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알리기 위해 둘레길 만들기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이어왔다. 2021년에는 굴포천 인근에서 ‘부평 대중음악 둘레길, 굴포천으로 잇다’라는 주제로 작은 음악회를 열었고, 주민 대상으로 ‘삼릉 음악인 밴드’도 만들었다.

 

▲이근수 선생은 애스컴 시티 시절 ‘메트로폴리탄 밴드’에서 드러머로 활동한 경력도 갖고 있다.​ 이근수 선생 20대 클럽에서 연주 당시 모습(위).

밴드 원 중 이근수 선생은 애스컴 시티 시절 ‘메트로폴리탄 밴드’에서 드러머로 활동한 경력도 갖고 있다. 또 2019년부터 ‘애스컴 블루스 페스티벌’을 개최, 오는 9월에는 캠프마켓 야구장에서 네 번째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그가 이렇듯 밴드 위주의 음악공연을 펼쳐가는 이유는 활동을 통해 역사를 기억하고 시민의 관심을 널리 환기시키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다.

“한국 대중음악이 새롭게 싹튼 장소잖아요. 부평에서만 할 수 있는 문화 행위라고 생각해요. 부평 캠프마켓이 ‘애스컴 블루스 페스티벌’을 매개로 문화예술이 펼쳐지는 세계적 명소가 되길 바라요. 조만간 캠프마켓 내에도 ‘부평 대중음악 둘레길 음악 관광 안내소’를 설치할 계획인데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부평 대중음악 둘레길’을 7코스까지 만들 계획이다. 부평의 가치를 세계로 이을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넓게 보면 산곡동과 청천동까지 미군기지였어요.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죠. 또 이런 둘레길을 통해 관련된 다양한 산업도 뻗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면 부평의 가치와 위상은 물론 인천, 대한민국의 가치도 높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김지숙 I-View 객원기자 jisukk@hanmail.net 자료사진 제공 : 애스컴시티 뮤직 아트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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