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경영진과 기자들이 변화하지 않으면 2026년에는 언론과 기자는 사라질 것이다.

세계적인 언론사인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등이 종이신문의 발행 중단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 이미 2010년대 초반이다. 2008년에는 미국 전국지인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가 창간 100년째에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했다. 현재는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심층기사 위주 주간지를 발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의 많은 중소 신문사들이 발행을 중단하고 온리안과 주간지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언론재단 발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신문 구독률은 20.2%다. 2006년에 40.0%였으니 절반으로 떨어지는 데 불과 6년이 걸렸다. 이런 추세라면 구독률이 0%인 이론상 시점은 2020년 초반이다. 정확하게 연도를 짚어 2026년이면 한국에서 종이신문이 사라진다는 전망도 있다. 다국적 미래전략 컨설팅업체인 퓨처익스플로레이션네트워크가 2010년에 발표한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주 인용되고 있다. 적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를 방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신문이 그렇게 빠르게 사라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신문시장에 시장경제 이외의 논리가 작동해 위기가 늦취지고 있다는 비판적 전망도 주요 이유다. “아직까지 (광고주들에게) 광고는 신문사들과의 관계유지 비용이다. ‘보험’이다. 몇몇 신문사들은 이를 악용해 수시로 보험료를 청구한다”는 미디어 전문지 <미디어오늘>의 최근 보도가 같은 맥락이다. 내용을 논외로 하더라도 일간신문의 급격한 하락세에는 뾰족한 반론이 없다. 
오히려 최근에는 신문이 얼마를 더 버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24시간이라는 발행주기와 밥상만한 대형 판형에서 비롯되는 신문만의 특징들이 진작에 무의미해졌다는 것이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신문의 뉴스 생산은 하루가 단위이지만 현재 뉴스 소비는 일일 주기성을 벗어났다. 기사 양식도 여전히 압축적이라 정보성이 부족한 낡은 양식”이라고 설명했다. 조금 복잡한 이 얘기를 풀어보면 이렇다. 
우선 지면이라는 공간을 활용해 직관적으로 뉴스 가치를 전달하기가 어려워졌다. 신문사 편집국의 업무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내일 신문의 1면 머리기사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요새는 그 톱기사를 읽은 사람조차 신문의 어디에 있었는지를 모른다. 신문 지면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읽었기 때문이다. 그 기사를 클릭한 이유도 1면 기사라는 귄위 때문이 아니라, 신뢰하는 지인의 페이스북 추천이나 포털사이트의 랭킹뉴스에 있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정한 1면의 가치가 독자에게는 전달되지 않는 셈이다. 
발행주기와 관련해 1990년대만 해도 인터넷보다 늦는 것을 약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시간 속보를 담당하는 부서를 만들었고, 지금도 속보에 치중하는 언론사가 많다. 이와 관련한 한 경제신문사 기자의 얘기다.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편집국이 출고한 기사의 페이지뷰가 실시간으로 보인다. 부서별로도 집계되니 부장이 국장에게 압박을 받는다. 그러면 우리한테 포털에서 화제가 되는 기사를 베껴서 올리라고 지시가 온다. 만들어서 올려놓으면 클릭 수가 조금 나오기는 나온다. 하지만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다 보니 클릭 수가 점점 줄어 수십 건도 못 넘는 게 수두룩하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회사는 다시 어뷰징 기사를 수백 개씩 올리게 만든다. 나도 하루에 30개까지 올린 적이 있다.” 
중앙일간지 사장실에서 미래 전략기획을 담당했던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많이 읽히는 것은 며칠씩 돌아다니면서 오래 읽히는 기사다. 롱테일(Long-tail·긴 꼬리) 효과라는 게 확실히 있다”고 말했다. 이런 면에서 보면 매일 발행되는 신문은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집에 있다가 버려지므로 롱테일 효과도 없는 셈이다.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롱테일 효과는 다른 언론사가 베끼지 못하는 독창성 있는 기사에 있다. 시의성이 제거된 지식에 가까운 기사들이 생명력이 길다”고 중앙일간지 관계자는 설명했다. 
팩트 위주의 기사는 부가가치가 없고 단기적으로는 회사에 손실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종이든 뭐든 사실 보도는 부가가치가 없다. 아침 6시에 인터넷에 올라가면 곧바로 다른 언론사에서 확인해서 받아쓴다. 맥락을 분석해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기사가 가치가 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의 설명이다. 단독기사를 위해서 기나긴 시간을 썼는데 30분 만에 더 좋은 복제기사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간 단위로 기사가 유통되는 인터넷 환경에서는 팩트 기사의 경쟁력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 
팩트 위주의 기사를 쉽게 베껴쓰는 것은 법률적으로도 저작권이 없기 때문이다. 남들이 확인해서 똑같이 써도 재산권을 주장하지 못한다. 쉬운 예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은 독점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 시장에는 로봇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김대원 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는 “최근에는 보도자료와 타사 기사 등을 가지고 기사를 작성하는 로봇이 등장했다. 실용화되어 LA타임스, AP통신, 가디언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제 단순한 팩트만을 보도하는 것은 읽기와 쓰기가 가능한 로봇과 경쟁하는 것에 불과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정확히는 컴퓨터의 알고리즘이라고 한다. 

지하철에 올라타기 무섭게 모두가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이제 종이신문을 펼치는 사람은 좀처럼 찾기가 힘들다. 잉크 냄새 가득한 신문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시절이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신문사가 심층적이고 독창적인 기사를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는 데 고민이 있다. 핵심적인 이유는 기사들이 더 이상 묶음이 아니라 낱개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과거에 특정 신문을 구독하는 것은 해당 신문사 기사 200~250개를 통째로 사는 것이었다. 어느 신문의 만화가 좋아 그것을 보려고 구독했다면, 사설과 정치, 날씨 기사까지 사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페이스북과 포털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기사들을 낱개로 소비한다. 내가 어제 하루 종일 읽은 기사가 50개라면 극단적인 경우 50개 언론사의 기사일 수도 있다.
특히 이는 온라인에서 기사가 무료인 한국에서 더욱 특별한 현상이다. 일본만 해도 인터넷 기사를 보려면 유료회원이라야 한다. 아사히신문의 경우 한 달 구독료가 종이신문 4037엔, 웹사이트 3800엔이다. 묶음 판매가 유지되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가수들이 신곡 12곡을 모아 CD를 내다가 지금은 디지털로 1곡씩 파는 것과 마찬가지다. 디지털 중심의 판매는 CD를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대중음악 시장에서 CD가 사라진 것은 mp3보다 장점이 적어서가 아니라, 대중들이 더 이상 12곡을 구입하지 않는 시장이 됐기 때문이다. 
똑같은 이유로 언론환경의 변화로 시작된 기사의 낱개 판매는 다시 언론환경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종이매체의 여전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신문시장이 빠르게 쇠퇴하는 것도 낱개 판매라는 유통방식과 관련이 있다.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디지털전략팀 차장은 “지금처럼 언론 소비자들이 기사의 저작권자가 어느 신문사인지 모르는 상황이 지속되면 언론사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기자 개인의 브랜드 가치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런 것을 감지하고 대응에 나선 곳이 포털사이트다. 대형 포털 관계자는 “사실상 똑같은 기사가 수십 개씩 오기 때문에 솔직히 곤란하다. 그래서 비슷한 기사를 묶기도 하고 그러는데, 오히려 필요한 것은 독창적인 기사”라고 말했다. 포털사이트들은 전문가 필자들과 칼럼 계약을 따로 맺고 있다. 네이버를 보면 서형욱씨를 비롯해 축구 칼럼니스트만 4명이다. 연단위로 계약하는데, 적잖은 전재료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형욱 축구 칼럼니스트는 자신의 활동을 이렇게 설명한다. “독립하기 전에는 스포츠신문 축구담당 기자였다. 성격상 취재원들하고 술도 마시고 해야 하는 전통적인 취재방식에 안 맞았다. 마침 전문성을 키워야겠다 싶어 영국으로 축구유학을 갔다. 이후 축구전문 칼럼니스트와 해설자로 활동 중이다. 요새는 미디어가 많아지면서 오히려 필자를 중심으로 인지도가 생겼다. 개인이 미디어로 기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실제로 네이버 야구 칼럼니스트 가운데는 기자 경력이 사실상 없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느 신문의 야구기자보다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언론환경이 언론사가 아닌 기자 중심으로 재편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포털 관계자들도 여전히 언론사의 영향력이 막대하며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포털사 임원의 설명이다. “현재는 스포츠가 거의 유일한 분야다. 당장 문화 부분만 해도 개인이 활동하기가 쉽지 않다. 조선일보 영화기자 출신의 이동진 평론가 정도가 거의 유일하다. 정치·사회 분야는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가 따로 칼럼을 게재하기가 매우 부담스럽다. 현재로서는 우리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나설 영역이 아니다.” 
서형욱 축구 칼럼니스트도 “기존 언론의 힘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들이 가진 메리트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그는 “결국 기자들에게 자율성을 조금 더 보장하면서, 기자 개인과 언론사의 인지도가 같이 상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순 한국경제 차장은 “출판시장을 보면 대표 소설가나 시인이 있으면 시장이 커진다. 언론사도 대표 기자와 브랜드가 주도해야 한다. 요즘 시장에서는 기자 개인이든 언론사든 고정 독자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른바 플랫폼을 포털이 독점하는 상황에서는 언론사가 기자들의 소속사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서형욱 칼럼니스트도 “비슷한 예로 과거에 탤런트들이 전부 방송사 전속이다가 지금은 모두 기획사 소속”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영미권의 출판사들은 아마존 등을 통한 전자출판이 활성화되면서, 인쇄물 유통 대신 작가 소속사로 전환한 경우도 있다. 미국의 기획사 윌리엄 모리스 엔데버(WME)에는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 등 수많은 작가가 소속되어 있다. 

이와 함께 언론사가 콘텐츠와 광고수입만을 노려서는 계속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꾸준하다. 한국 대중가수만 해도 mp3의 등장으로 음원은 사실상 공짜로 유통시키는 대신 광고출연료와 공연수입 등에 치중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언론사도 기사 판매에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지식콘텐츠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가령 금융상품, 은퇴생활 등을 주제로 한 포럼사업, 해외광고 수익을 노린 외국어 뉴스 서비스 등이다. 
언론사들이 겪고 있는 현재의 어려움에 언론학자 등이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이 문제가 일차적으로 신문사라는 개별 기업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이면에는 권력 감시라는 언론 기능의 위축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의 경영진과 그곳의 기자들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신문사들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2026년까지 길어야 앞으로 11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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