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천(블루스 기타리스트)
한때 음악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었다. 시대를 향해 질문을 던지고, 권력에 맞서며, 전쟁에 반대하는 가장 대중적인 언어였다. CCR(Creedence Clearwater Revival)은 흔히 흥겨운 록 밴드로 기억된다. 경쾌한 리듬과 편안한 멜로디 덕분에 그들의 음악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신나는 음악’이라는 평가로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이가 존재한다.
존 포거티(John Fogerty)가 이끌었던 이 밴드는 자신들의 곡 ‘Fortunate Son’에서 베트남 전 당시 특권층의 병역 회피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전쟁터에 나가는 것은 언제나 힘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권력과 돈을 가진 이들은 그 뒤에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이 노래는 통렬하게 드러낸다. 또한 ‘Who’ll Stop the Rain’은 그저 서정적인 곡처럼 들리지만, 전쟁 속에서 난무하던 폭력과 파괴 그리고 그것이 남긴 상처를 은유적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읽힌다.
비슷한 시기 또 하나의 음유시인이 있었다. 밥 딜런(Bob Dylan)이다. 그의 노래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시대를 기록하는 또 하나의 언어였다. ‘Blowin’ in the Wind’는 질문을 던졌고, ‘Masters of War’는 그 질문을 넘어 노골적으로 분노를 드러냈다. 특히 ‘Masters of War’는 지금 들어도 불편할 만큼 직설적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권력자들을 향해, 그는 더 이상 은유에 숨지 않는다.
“당신들(군수업자와 정치인들)은 뒤에 숨어 다른 사람들을 죽게 만든다”는 고발은, 단순한 노랫말이 아니라 시대에 대한 선언이었다. 그러면서 “당신들의 죽음을 지켜 보겠다”라는 저주에 가까운 표현과 분노는 결국 음악의 형식을 빌린 ‘증언’이며 전쟁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향한 ‘고발’의 문장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는 2016년 노벨문학상(Nobel Prize in Literature)을 받으며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중동 지역의 갈등까지 이어지며 세계는 다시 커다란 전쟁의 그림자 아래 놓여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과거와 같은 목소리를 좀처럼 듣기 어렵다. 국가들은 이해관계 앞에서 침묵하거나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예술가들 역시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는 데 신중해 보인다. 물론 시대가 달라졌고, 표현 방식도 변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러함에도,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왜 지금은, 그때만큼의 ‘불편한 음악’이 보이지 않는가. 1960~70년대의 음악은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그 시대의 예술가들은 세상을 외면하지 않았다. 노래는 질문이었고 저항이었으며 때로는 분노 그 자체였다. 지금의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럼에도 오히려 침묵이 더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오늘 CCR과 밥 딜런의 음악을 다시 듣는 일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질문을 다시 떠올리는 일이며, 동시에 지금의 시대를 되묻게 만드는 경험이다. 과연 우리는 여전히 질문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가. 아니면 질문을 멈춘 시대에 살고 있는가.❧
부평위클리 THE BUPYEONG WEEK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