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서 언론은 흔히 ‘제4부’라고 불린다. 입법, 사법, 행정부를 감시하며 권력이 국민을 위해 제대로 작동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존재다. 언론이 부정부패를 파헤치고, 행정을 감시하며,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유도 결국 선거를 통해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언론의 감시는 유권자의 선택을 전제로 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잘못하면 국민은 다음 선거에서 심판하고, 언론은 그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것이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다.
그러나 만약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보다 다른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좌우된다고 믿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이 사실인지 여부를 떠나, 국민 다수가 그렇게 인식하는 사회가 된다면 민주주의의 기반은 심각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아무리 언론이 부패를 폭로하고 권력을 감시해도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믿는다면 언론의 존재 이유 역시 근본적인 질문을 받게 된다.
부패를 고발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정책 실패를 밝혀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권력의 비리를 드러내도 선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된다면 언론은 감시자가 아니라 단순한 기록자가 되고 만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도 함께 무너질 수 있다.
물론 언론의 역할은 선거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역사를 기록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공론장을 형성하는 기능도 중요하다. 그러나 권력에 책임을 묻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선거라는 점에서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는 언론의 존재 이유와도 직결된다.
그래서 언론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선거 제도 자체의 신뢰를 지키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선거가 공정하다는 확신이 있어야 언론의 보도도 의미를 갖고, 국민의 선택도 존중받을 수 있다.
선거의 공정성은 민주주의의 뿌리이고, 언론의 자유는 그 줄기다. 뿌리가 흔들리면 줄기도 살아남기 어렵다.
결국 언론이 지켜야 할 것은 특정 권력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신뢰다. 선거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다면 사실에 근거해 검증하고, 근거 없는 주장이라면 그것 역시 검증을 통해 바로잡는 것이 언론의 책무다. 언론은 어느 한쪽의 확신을 대신하는 기관이 아니라, 증거와 사실을 통해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공적 기관이기 때문이다.
언론의 존재 이유는 권력을 비판하는 데만 있지 않다. 민주주의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원칙인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공정한 절차’를 지키는 데 있다. 국민이 선거를 신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언론의 감시도 살아나고, 민주주의 역시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다.
부평위클리 THE BUPYEONG WEEK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