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거이, 그리고 다시 읽는 ‘대주(對酒)’

정유천(블루스기타리스트)

2025년은 온통 전쟁과 분쟁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종전 협상이 거론되지만, 아직도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오히려 나토와 러시아 간 지역 분쟁으로까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든다.

이스라엘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 정세 역시 후티 반군과 미국의 충돌로 확전 조짐을 보이고 있고, 중국과 대만 사이 촉발된 긴장은 미국과 일본의 개입 속에 한층 고조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수단이 내전 중이며, 콩고와 르완다의 충돌도 계속되고 있다. 모잠비크와 소말리아에서는 반군 활동이 강화되며 정세가 혼란스럽고, 캄보디아와 태국은 국경 분쟁을 넘어 전면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미얀마는 내전과 반군 충돌이 이어지고 있으며, 중국·필리핀·베트남 등 여러 나라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 모든 혼란을 떠안은 채 새해를 맞이할 터이다. 설마 3차 세계대전까지 가겠느냐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마음 한구석의 불안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백거이(白居易, 772~846)는 중국 당나라 중기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관료다. 그는 ‘백성도 이해할 수 있는 시’를 지향한 인물로, 시를 쓰고 나서 하녀가 읽고 이해하지 못하면 다시 고쳤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의 시는 어려운 한자가 없고, 철학적이면서도 직설적이다. 그의 시 ‘대주(對酒)’는 이런 백거이의 성향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蝸牛角上爭何事(와우각상쟁하사)
石火光中寄此身(석화광중기차신)
隨富隨貧且歡樂(수부수빈차환락)
不開口笑是癡人(불개구소시치인)

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을 그리 다투는가
부싯돌 불꽃같은 순간에 이 몸 맡기고 살거늘
부유하든 가난하든 그저 즐겁게 살아가세
입 벌려 웃지 않는다면 어리석은 사람이로세

‘대주’는 술을 노래한 시이지만, 술을 예찬한 시는 아니다. 출세를 둘러싼 다툼, 권력 싸움, 끝없는 전쟁이 얼마나 덧없고 무의미한지를 비판하는 자기 성찰의 시라 할 수 있다. ‘달팽이 뿔 위의 다툼’이라는 표현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한없이 사소한 인간의 집착을 떠올리게 한다. 부싯돌 불꽃같은 인생에서 우리가 그렇게까지 움켜쥐고 싸워야 할 것이 과연 무엇인지 묻게 만든다.

이제 2026년을 살아가야 할 우리 모두에게, 이 시는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바꿀 수 없는 것은 내려놓고, 내가 살아 있는 이 순간만큼은 헛되이 보내지 말자. 전쟁과 분쟁, 불안이 가득한 시대일수록 웃을 수 있는 여유로움을 잃지 않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용기 있고 바람직한 선택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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