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소'

[은다씨] 뼈만 남은 ‘소’ 이중섭…2021, 바닷가 화장장

2021년도는 ‘소’ 해다.

화가 이종구가 그린 소 그림을 연초부터 올려주었다. 푸른 땅 위로 특실한 소가 날렵하게 달리는 구도가 제법 멋스럽다. 힘을 느끼게 한다.

2010년 코로나19가 불어낙쳐 일상이 무너져 내린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 올린  그림으로 짐작된다.

그만큼 올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힘이 빠져 있다. 코로나19가 사실 결정타를 날렸다고 하면 될 터이다.

서민들의 삶을 지탱해주는 경제 지표는 끝자락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서울에서 잘 나가는 30년이 된 중화요리집이 임시 폐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사람들이 오지 않으니 매달 나가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서 임시 폐업했다는 소식이다. 골목에 들어선 소소한 가게들은 오죽하겠나 싶다.

그만큼 우리는 무너져 내렸다. 더 무너져 내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올해 2021년은 더 무너져 내리더라도 강인함을 간직한 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살이 찐 소 말고, 뭔가 없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 일본 기자가 화가 이중섭의 일본인 아내 이야기를 다룬 논픽션 책을 냈다는 기사에서 글을 쓴 기자 뒤로 소 그림을 발견하고 바로 이것이다 라고 무릅을 탁 쳤다.

앙상한 뼈만 남은 소이지만, 자세와 기개는 한치의 흐트림이 없는 소를 우리는 이미 간직하고 있었는데, 올해 누구도 그 소를 불러내지 않았다.

2021년도에도 서민들은 더 무너져 내려야 하는 긴 날이 아직 남아 있기에 화가 이중섭  ‘소’를 보고 슬프고 풍파가 끊이질 않을 이 시기를 견뎌낼 각오를 다졌으면 한다.

일본 기자가 쓴 이중섭 일본인 아내 삶을 담은 논픽션 책이 한국에도 번역해서 나온다니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

화가 이중섭이 일본인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보내고, 전쟁 통에 혼자 고독과 싸우며 그려낸 ‘소’에서 2021년 서민들이 겪어야 할 고통과 아픔이 오버랩되는 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자..마음 한 켠이 아린다.

 

바닷가 화장장 – 손택수

산과 산 사이에 수평선을 걸어놓고 소금을 구웠다

부산이라는 지명엔 염전이 있다

아니, 끊는 몸이 염전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침이면 소금물 한 컵을 마시고

저녁이면 이마에 뿔이 돋아

돌아오던 별,

그 별을 범일동 부둣가를 떠돌았다는

이중섭의 흰소, 라고

불러주고 싶었다

서귀포에서 본 이중섭의 방은 1.5평

그 속에 바다가 들어와 살았다

은지화 속처럼 구부린 뼈와 접힌 살로

바다를 불태워 깨끗한

재가 된 사람

가마솥 바닥을 딛고 활활

소가 일어서고 있다

소금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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