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본보기, 일본 언론인 다치바나 다카시 별세..지난 4월 30일에

by 이장열 편집인

일본 전공투에서 만든 화염병 제조 관련 유인물 등 숨어 있는 사실을 캐는 탐사가 일본 언론인 다차비나 다카시가 지난 4월 30일 별세했다고 23일 일본 언론에서 밝혔다.

자료 수집가로서 일본에서 손꼽히는 다치바나 다카시는 1974년 문예춘추에 기고한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 그 금맥과 인맥’이라는 기사로 당시 일약 유명해졌다. 이 기사로 말미암아 일본 전후 최대 정치 스캔들 ‘록히드 사건’이 드러났고, 다나카 전 총리가 정계에서 퇴진하는 결과로 낳았다.

탐사보도에서 가장 핵심인 자료(메모, 병원기록 등등)들을 꼼꼼하게 챙기고 찾아서 문제적 사람의 행동과 사건에 숨겨 있는 사실에 구체적인 시간을 밝혀내는 탐사보도 본보기를 보여준 다치바나 다카시가 81세로 세상을 떠난다. 20세기에 태어나서 21세기 초입에 세상을 등진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 아래에 편집인이 2003년 지역신문에 기고한 ‘다치바나 다카시’가 펴낸 책에 대한 서평 글을 둔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지음, 청어람미디어 刊) -이장열

일본 서적은 겉보기부터 훑어보는 재미를 줍니다. 이 대목에서 제가 소개할 책은 일본에 관한 것임을 짐작하게 될 것입니다. 소개할 책은 다치바나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입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간략한 약력을 살펴보면 흥미롭습니다. 대략 이렇습니다. 1940년 생. 1964년 도쿄대 불문과 졸업. 「문예춘추」에 입사, 「주간문춘」기자. 1966년 퇴사. 도쿄대학 철학과 입학, 재학 중 평론활동. 1974년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그 인맥과 금맥」, 1979년 「일본공산당연구」발표.

흥미롭다는 것은 그의 행보가 우리에게는 새롭다는 뜻입니다. 세상에 대한 탐구가 대학에서만 이루어지지 않고 그곳을 벗어난 상태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본보기로서 그의 대표적인 저서 「일본공산당연구」는 방대한 자료를 수집, 분류한 뒤 이를 바탕으로 분석하는 것을 차례로 하는 매우 방대한 작업입니다.

우리 풍토에서는 대학에서나 가능한 연구성과물인 셈입니다. 그런데 1970년대에 와서는 대학을 벗어난 개인과 집단이 이룬 연구들도 제도권에서 인정해주는 풍토에서 일본의 지적 시스템은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는 이런 지적 시스템에 발을 디딘 이의 삶을 보여준 책입니다. 나의 지적호기심, 나의 독서론, 나의 서재·작업실론,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우주·인류·책 들의 다섯 가지 주제로 구성되었습니다. 다카시의 연구하는 방식을 보여준 구성입니다. 주제는 가볍고 쉬운 것이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일본이 지닌 지적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구축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다카시는 공부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나는 일임을 이 책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나의 비서 공모기〉입니다. 그는 「연령·학령 불문」을 내걸고 비서 채용공고를 내었고, 외국어 실력이나 외모와 상관없이 정열과 의욕이 뛰어난 이를 비서로 채용한 것을 소상하게 밝혀둔 대목에서는 오래도록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우리의 채용방식과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연구비용을 아끼지 않고, 공부에 자신의 모든 것을 투자하는 다카시의 모습에서는 존경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즈음 일본의 지적 시스템은 21세기 문화의 시대에 제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습니다. 그 흐름 가운데 이 책은 놓입니다. 그에게 우리가 배울 점은 텍스트를 소중하게 다룬다는 점입니다. 그 본보기로 는 그가 <고양이빌딩>에 있는 책들을 소개하면서 『2차 대전 후 공산당 무장 투쟁 시기의 화염병이나 폭탄의 제조 방법을 설명한 팸플릿도 있습니다』라는 대목에서 바로 찾게 됩니다. 이 대목에 이르자 나는 질문을 던질수밖에 없습니다. 근대 텍스트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어떠합니까?

이 책은 세상에 대한 탐구가 삶의 목표로 새삼 뚜렷하게 느껴지는 이즈음 저에게 잔잔한 파문을 일으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제도로부터 벗어나서도 연구에 힘을 쏟는 사람을 제대로 대접하는 일본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 책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일본의 지적 풍토 속에 녹아 있는 무서운 잠재력을 느끼게 해줄 것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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