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근다리에서 바라본 부평구청. 앞쪽에 푸른색 차단막이 보인다.

[굴포천 따라서] 굴포천, 자연스럽게 둬야

by 김중호 객원기자

부평, 부천, 김포를 거쳐 경인수로(아라뱃길)에 가서 닿아 황해로 흘러가는 굴포천, 세 개의 지자체를 관통해 그 관리 체계의 분산에 문제가 있다는 의식을 모아 2016년 12월 28일 당시 국토교통부가 국가하천으로 지정한 지 6년이 지나고 있다. 생명을 탄생시킨 물은 인간의 삶을 유지시켜 주는, 그 가치가 변할 수 없는 지구적 자산이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북쪽에 위치한 영국이 40도가 넘는 폭염에 신음한다거나, 우리 또한 태풍이 관통해 오고 봄가을이 없어지는 아열대성기후 현상을 보이는 것은 오만한 인류에 대한 지구의 경고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일련의 환경, 기후위기가 10대 소녀였던 툰베리를 환경운동가로 만들었다. 기후변화, 기후위기의 핵심은 무분별한 자연 파괴로 지구의 온도 변화에 있다. 뜨거워서는 안 되는 곳이 뜨거워지고, 뜨거워야 할 곳에 홍수가 나고 있다. 가히 전지구적 몸살이라고 할 만하다.

그 중심에 물의 이동이 있다. 물의 이동에 따라 생명이 위협을 받는다. 이렇듯 생명의 근원이 물이라면, 생물종 다양성을 확보하는 생명의 바로미터가 되는 생물 중 하나가 ‘맹꽁이’다. 그래서 맹꽁이는 2012년 5월 31일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되어 국가가 보호하고 있는 생물종이다.

2008년 부평구는 생태하천조성을 위해 부평구청 건너편 삼각주지역(도로가 덮인 부분이 끝나면서 하천이 드러나는 부분: 생태하천 사업후 인공적으로 물길을 내는 바람에 삼각주형태를 띠게 되었다.)에 수로를 냈는데, 당시 부평의제21(지금의 부평구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전신)의 ‘굴포와 자연’ 분과 위원장이었던 박남수 위원장이 맹꽁이 서식지를 고려하지 않고 무차별 개발에 임하고 있는 부평구를 질타하여 공사가 중단된 바 있다.

맹꽁이 서식지 보호지정

 

도로 위에 알림표지판이 붙어 있으나, 행위 주체자가 표기되어 있지 않다.

또한, 3년전인 2019년 봄에는 부평구자원봉사센터에서 주관하여 맹꽁이 서식지 일대 500m²에 해바라기를 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부평구가 나서서 자행한 바가 있다. 이후 인천환경운동연합의 지적에 대해 때늦은 환경 자문을 구한 후 이 사업을 폐지한 바 있다.

필자 역시 당시, 부평구청에 민원 제기를 한 기억이 있다. 도대체 누가 여기에 밭을 갈고, 멀칭까지 해놨는지 놀란 마음에 구청에 문의한 바, 위와 같은 답변을 듣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식지 부근에 해바라기를 심은 모습(부평공감, 2020.7.10. 시진 인용)

어디 그 뿐인가. 부평구의회는 이 삼각주 지역에 야외 공연장과 분수대를 설치하여 주민들의 위락 및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계획한 바도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부평구차원에서 이루어 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환경파괴의 주범이 사람인 것은 확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파괴되고 있는 환경을 보호하고 지켜나가는 것 또한 인간이 할 일이다.

그런데 관공서가 환경파괴에 앞장서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일이 없어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얼마나 무지하면 그런 일을 자행 할 수 있을까. 매주 토요일이 되면 굴포천 주변의 주민들이 자녀를 데리고 나와 맹꽁이 서식지를 보존해야 한다는 현수막을 들고 캠페인을 하고, 자원봉사를 한다. 주민은 지키고, 구청은 환경을 파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야말로 ‘언빌리버블’한 일이라,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엊그제 늘 지나다니는 사근다리 아래로 전에 없던 시설물이 설치되는 것을 목격했다. 이건 또 뭔가? 하는 생각이 앞선다.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일이 아닐지 우려되는 바가 커진다.

사근다리에서 바라본 부평구청. 앞쪽에 푸른색 차단막이 보인다.

이게 뭔지 알 수 있는 설명이 어디에도 안 보인다. 누군가 와서 땅을 팠고, 어느날, 지줏대가 놓였고, 또 어느날 푸른색 그물망형태의 차단막이 담처럼 쳐졌다. 이것의 용도는 뭘까? 어디에도 설명이 없으니, 필자는 이런 추측을 해본다.

삼각주 한 쪽에 오리들이 집단을 이루어 놀고 있고, 그 위쪽으로 차단막이 보인다.

생태계를 보호해야 하는 자연상태의 지역에는 사람들이 놀러 와 구경하는 경우가 잦다. 그래서 사람의 왕래가 있는 곳과 개울 및 습지가 있는 자연쪽을 분리하여 가림막을 설치하고 그 벽에 관찰 구멍을 뚫어 사람이 다니는 것을 동물들이 모르게 해서, 동물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차단막 역시, 그러한 용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간혹 철없는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물가를 거닐거나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동물들에게 돌을 던져 죽게 만드는 불상사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접할 때가 있다. 우리 굴포천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구청이 발빠르게 대처한 것일까?

드디어 구청이 동물들을 보호하기 시작했나?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올해 들어 부쩍 굴포천에 오리들의 개체가 늘어났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백로와 왜가리가 날아오고, 그들은 오리떼와 마찬가지로, 새끼들을 데리고 날아오고 있다. 여간 바람직하고 대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맹꽁이는 그 지역의 환경오염도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지표종이다. 맹꽁이가 없어지면, 인간도 살수 없다는 뜻이다. 해마다 6월이 되면, 땅속에 살던 맹꽁이가 짝짓기를 하기 위해 땅밖으로 나와 집결지로 모인다. 필자는 사근다리를 폴짝폴짝 뛰어 필사적으로 집결지로 이동하는 맹꽁이를 목격한 적도 있다.

비가 내리는 2~3일간 맹꽁이 서식지에는 그들의 소리로 대성황을 이루는 합창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부평의 맹꽁이 서식지는 부영공원, 갈산근린공원 그리고 굴포천 삼각주지역이다. 그들과 공존하고 있는 주민이 할 일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천혜의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것을 목도하면서도 방기하거나, 오염되는 것을 두고 보아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가 모니터가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스스로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지상과제가 우리에게 있고, 우리들 다음에 올 세대들에게 온전한 환경을 되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지금 바로, 우리에게 있다.

 

오늘(9월 26일) 아침에 박남수 위원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 차단막은 유지용수 관 작업할 떄 맹꽁이가 못들어 오도록 막는 기능을 하는 겁니다.”

역시 맹꽁이와 관련된 설치물이었다.

“그럼, 언덕 위쪽으로 화분받침같은 건 뭔가요?”

“그건 맹꽁이가 이동할 떄, 포획용 덫이에요. 그 안쪽에 단지를 묻었는데 맹꽁이가 이동하다가 그 안쪽에 빠지거든요. ”

아, 그래서 무식하면 상상력이 발달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찰라,

“오늘 오후 5시에 거기 점검 가는데 나오시구려” 한다.

다음 기사를 또 쓰게 하니, 흔쾌히 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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