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다씨] 약산 김원봉 장군의 왜곡 끝내야할 때(2003년 쓰다)

각주: 2003년 모지방지에 쓴 글이다. 흐트러진 약산 가계도를 고증하기 위해 밀양을 드나들면서 만났던 약산 막내 여동생 김학봉 어르신은 당시에도 오빠를 만나고 싶다고여러번 말씀을 했는데, 여전히 지금도 죽은 오빠도 만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과 남한이 버린 비운의 혁명가. 약산,.. 공산주의자로 오도.. ‘의열단’ 수장 진정한 아나키스트

SBS에서 방영되어 인기를 누리고 있는 TV드라마
<야인시대>는 김두한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다. 시간대가 맞는 날은 가끔 보기도 한다. 호쾌한 발길과 손길을 내지르고, 그에 내동댕이쳐지는 액션장면은 가뜩이나 답답한 경제난 속에서 그나마 속을 후련하게 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나라잃은 시기 왜인주먹과 한치의  타협없는 김두한의 면모가 청사에 빛날 항일무장투쟁의 쾌거 청산리대첩을 승리로 이끈 김좌진 장군의 아들이라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임을 믿었다.  종로네거리를 중심으로 왜인 깡패들로부터 상권을 보호하는 장면은 김두한의 애국심이 각별하다고 느껴지기에 충분하였다. 여기까지는 별무리가 없을 터.  그나마 역사가 김두한에게 부여한 몫은 여기까지였던 셈이다.
하지만 상황은 바뀐다. 광복된 혼란정국에 서 있는 김두한의 발걸음은 어딘가  자존심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이 드라마의 광복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어처구니없이 희화화하는 장면장면에서는 한숨마저 난다.
<야인시대> 작가는 김두한 자서전에 기대고 있다지만, 광복기에 등장하는 이들을 우스운 꼴로 만든 연출력은 백번 양보해 그럴 수 있는 것으로 치더라도 사실왜곡측면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그 가운데 약산 김원봉 장군의 왜곡과 희화화는 훨씬 심하였다.
약산이  누구인가. 밀양 내이동에서 태어나 1919년 11월 아나키즘을 기본이념으로 ‘의열단’을 조직하여 왜로 제국주의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수장으로 활동한 이가 아닌가. 그리고 조선의용군 총대장으로 동북 삼성을 누비며 오로지 강도 왜를 몰아내고 나라를 되찾겠다고 한뎃잠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이 옆에 1944년 곤류관 전투에 참여하여 부상당한 뒤 사망한 부인 박차정 열사의 나날살이는 또 어떠한가. 그녀 나이 서른 넷 때다. 밀양 부북면 감내마을 풍정산에 홀로 누워있는 열사가 이 장면을 보고는 벌떡 일어날 일이다.
약산은 광복 뒤에 옷만 바꿔 입은 왜로  경찰출신 노덕술에게 백주대낮에 당한 테러에 분개한 나머지 북으로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인시대>에서 약산을 두고 해설한 것처럼  그는 공산주의자는 아니다. 새로운 권력형성에 반대한 아나키스트 약산의 북행은 남한 안에 왜로(일본) 앞잡이들 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  한자리를 차지한다.
북으로 간 뒤 이른바 ‘김일성 저격사건’으로 붙잡혀 감옥에서 혀 깨물고 자결하였다는 이야기만 희미하게 남아 들려올  뿐이다. 남·북한 모두에서 약산의 역사적 복권은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에서 어처구니없게도 SBS의 <야인시대>는 아직 밀양에 숨죽이며  살고 있는 그이 막내 누이 가슴에 또 한번 큰 못을 박는 야만을 저지른 셈이다. 야만시대는 이젠 끝내야한다. 기미만세의거 기간에 이 생각은 절로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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