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천(블루스기타리스트)
12월이 되면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리는 노래가 있다. 바로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이다. 스코틀랜드 시인 로버트 번스(Robert Burns)가 1788년에 정리한 전통 민요로, 직역하면 ‘오랜 옛 시절’을 뜻한다. 전체적인 메시지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잊지 말자, 우리의 우정과 추억을”이라는 따뜻한 정서에 가깝다. 즉, 지나온 날들을 되새기며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영미권에서는 새해 자정, 사람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이 노래를 부르며 새해를 맞이하는 관습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특히 1929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새해맞이 행사에서 이 곡이 연주되면서, 이 전통은 전 세계로 퍼져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영화 ‘멋진 인생’(1946),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2008) 등 다양한 작품에서 이 노래가 사용되며 대중적 인지도 역시 크게 높아졌다.
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이별의 노래’로도 불렸다. 유럽 전선으로 떠나는 병사들을 배웅할 때, 혹은 전쟁이 끝나 귀향할 때 군악대가 이 노래를 연주하곤 했다. 당시 귀환 병사들은 “이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나지만, 동시에 희망이 느껴진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곡은 이별과 재회, 슬픔과 위로를 상징하는 노래로 자리 잡았다. 흥미롭게도, 1940년대 초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산하 광복군이 사기 진작과 단결을 위해 위당 정인보 선생의 가사에 이 멜로디를 차용해 일종의 애국가처럼 부르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호타루노 히카리(蛍の光, 반딧불의 빛)’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졸업식, 폐점 시간, 연말 인사 등 일상 속 여러 상황에서 활용되며, 특히 백화점이 문을 닫을 때 흐르는 배경음악으로 익숙한 멜로디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역시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이 버전이 널리 퍼졌고, 이후 1950~60년대 서구 문화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고 미군 라디오 방송 AFKN(현 AFN Korea)에서 연말 카운트다운 직후 늘 이 노래를 틀어주면서 이 곡은 ‘한 해의 끝’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가사를 보면
Should old acquaintance be forgot, and never brought to mind?
오래된 친구를 잊어버려야 할까요? 그 시절을 다시 떠올리지 말아야 할까요?
Should old acquaintance be forgot, and days of auld lang syne.
우리는 오래된 친구를 잊어선 안 되겠죠. 그 옛날 좋은 시절을 위해서요.
For auld lang syne, my dear, for auld lang syne,
그 옛날을 위해, 내 사랑하는 친구여, 그 옛날을 위해,
we’ll take a cup o’kindness yet, for auld lang syne.
우리는 한 잔의 따뜻한 술잔을 나누며, 그 옛날을 기릴 거예요.
한 해의 끝자락에서 해마다 그렇듯, 다사다난했던 2025년을 마무리하며 소중한 사람들과 이 노래를 들으며 지난날을 돌아보고 새로운 희망을 마음에 담아보는 건 어떨까?
부평위클리 THE BUPYEONG WEEK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