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천 블루스 기타리스트
선불교에는 지월지(指月之), 즉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킨다는 비유가 있다. “손가락은 달을 가리킬 뿐 달 자체는 아니다”라는 뜻이다. 견지불견월(見指不見月), 곧 “손가락은 보면서 달은 보지 못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본질보다 눈앞의 대상에만 집착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가르침이다.
최근 정치권과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검사 보완 수사권 문제를 바라보면서 이 비유가 떠오른다. 정부와 여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릴 만큼 논란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가 바라봐야 할 ‘달’은 놓치고 ‘손가락’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검찰제도는 대한제국 말기 갑오개혁 이후 서구식 사법제도가 도입되면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의 검찰제도가 그대로 적용되면서 검찰은 강력한 수사권과 경찰 지휘권을 바탕으로 식민 통치의 핵심 기관으로 기능했다. 이러한 구조는 해방 이후에도 상당 부분 이어졌고, 검찰은 국가 권력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검찰의 권한과 역할 역시 사회적 요구와 정치적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조정되어 왔다. 오늘날의 검찰개혁 논의 역시 권력기관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기된 검찰 문제의 상당 부분은 2천여 명의 검사 전체가 아니라 일부 이른바 ‘정치검사’로 인해 불거진 측면이 크다. 그렇다면 진정한 개혁의 방향은 검찰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검사가 정치에 휘말리거나 정치권력과 결합하는 구조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에 맞춰져야 한다.
사실 검사들을 정치화한 것은 검찰만이 아니라 정치권이기도 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법조인을 정치권으로 영입하고, 퇴직한 판사와 검사가 곧바로 정치에 뛰어드는 현실은 사법의 독립성과 정치의 건전성 모두를 훼손할 수 있다. 어느 진영이든 법조인을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관행을 반복한다면 검찰의 정치화 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현재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약 20%가 변호사, 판사, 검사 등 법조계 출신이다. 특정 직업군이 정치권에서 과도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정치 발전에 바람직한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직업과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국정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판·검사 출신이 퇴직 직후 곧바로 정치권에 진출하는 것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장치는 사법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는 검사 보완 수사권 문제도 결국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권력기관의 운영 방식과 정치문화 전반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다. 검찰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또는 적어도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은 정치개혁이다.
손가락을 바라보는 데 그친다면 달은 끝내 보이지 않는다. 검찰이라는 제도만 손질한다고 해서 정치와 권력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바라봐야 할 ‘달’은 검찰이 아니라 정치의 책임성과 민주적 통제, 그리고 권력의 절제일 것이다.
부평위클리 THE BUPYEONG WEEK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