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없는 당선, 이것이 민주주의인가

정유천(블루스 기타리스트)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정치의 민낯이 다시 드러나고 있다. 바로 지방의원 무투표 당선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이렇게 시작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짧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대한민국 체제를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이 담겨 있다. 민주주의와 공화국이다.

이어 헌법 제1조 제2항은 그 의미를 더욱 분명히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에서 선거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국민이 권력의 주인임을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 행위다. 그래서 우리는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지방자치단체장도, 지방의원도 직접 투표로 선출한다.

그런데 지금 지방선거 현장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쟁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투표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서는 한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다. 상대 정당은 후보를 내지 못하거나, 아예 출마를 포기한다. 결국 주민들은 투표 한번 하지 못한 채 자신들을 대표할 지방의원을 받아들여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그 후보가 주민 전체의 선택을 받은 인물도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후보는 정당 경선을 통해 결정된다. 그러나 그 경선 과정 역시 주민 전체의 참여가 아닌 권리당원 중심의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역 주민 수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한 권리당원의 의견, 그것도 일부 응답자의 선택만으로 후보가 정해진다.

그리고 그 후보는 실제 선거도 없이 당선된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것이 헌법이 말하는 민주주의인가.과연 이것이 직접선거인가.

대한민국 헌법과 공직선거법은 직접선거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직접선거란 국민이 대표자를 직접 선택하는 제도다.

하지만 주민들은 투표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선택권이 사라진 선거를 과연 선거라고 부를 수 있는가.

민주주의는 결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과정이 중요하다. 국민이 참여하고, 경쟁하고, 선택하는 절차 자체가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그러나 지금 일부 지방선거에서는 그 과정이 무너지고 있다. 주민의 선택보다 정당 구조가 우선하고, 시민의 투표보다 당내 경선이 더 강력한 결정권을 행사한다. 결국 지방자치는 주민자치가 아니라 정당자치로 변질되고 있다.

물론 현행법상 무투표 당선은 위법이 아니다. 공직선거법 제190조는 후보자가 1명일 경우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합법과 민주주의는 반드시 같은 의미가 아니다.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민주적 정당성까지 충분히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주민이 투표할 권리조차 행사하지 못하는 현실은 분명 건강한 민주주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가 질문해야 한다.
무투표 당선이 반복되는 지방선거 구조를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정당 공천 중심의 폐쇄적 정치 구조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주민이 사라진 선거를 과연 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제도 유지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다.

선거는 단지 당선자를 정하는 절차가 아니다.국민이 주권자임을 증명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사라지는 순간, 민주주의 역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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