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작-1] 공고 사거리에서

공고 사거리에서 / 作 강산아

 

좋은 목이었던 편의점이

로또가 맞기 시작하면서

주인은 알바를 한 명 세우고

자신은 경광봉을 들고 나와

사람들을 줄 세우기 시작했다.

 

어느 땐 일 년에 두 번씩 일 등이 나오기도 했고,

이 등은 어렵잖게 그냥 자주 있는 일처럼 보였다.

 

공고사거리,

작업복 입고 아파트 후미진 코너에서

불 붙인 아이들의 담뱃불만큼이나

빠르고 급하게, 입에서 눈으로 다시 눈에서 입으로

소문은 퍼져 나갔고

어느 새 알바는 두 명으로 늘어났다.

 

동네에 없지만, 동네를 지배하는

뉘 집 자식인지 알 수 없는

국회의원 둘이,

나란히 붙여 놓는 불법 현수막은

매일,  이 동네 사람들이, 쳐다 봐야하는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게임이라는 것을,

서로 바뀐 빨간색과 파란색이라는 것을,

그건 마치 내가 너고 너가 나라는 것을,

음양의 부조화와 분단의 현재화라는

이 현안을, 잊지 않도록,

우리 동네는 이 지배자들로부터

매일, 강제로, 각성 받는다.

 

망해 가는 편의점을 일으켜 세운, 로또방은

머리를 치켜 세우고

온몸을 비틀어 꿈틀대며

밖에서 안으로 기어 들어간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한 마리 거대한 뱀이 되어,

장사진을 이룬 몸통으로 동네를 휘어감아

나는 오늘도 그 꼬리를 물고

그 끝에 섰다.

 

설악산 십이선녀탕 계곡의 어느 한 구비에라도

있을 것 같은 일말의 오차범위를 마음 속 깊이 접어두고,

저 마다, 이 긴 줄 속, 어디 쯤에서

편의점 진열대를 구비구비 돌아나가는,

일 년에 두 번, 혹은 세 번도 나오는

아니,

단 한번만 나와도 좋으니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으로

눈에 힘주고 안광이 반짝거리도록 빛을 내며,

어젯밤 꾸었던 조상꿈을 악몽처럼 떠올리며,

어느 다른 동네 후미진 뒷골목에서

칼을 맞아 죽든

벽돌로 뒤통수를 맞아 죽든

엄동설한에 길바닥에서 얼어죽든

최소한,

아무 이유 없이

가만히 서 있다가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생지옥같은 현실의 막장에 서서

저마다 기도하는 것이다.

 

나도 그런 간절함으로

타는 목구멍으로 마른 침을 삼켜가며

그렇게 길 위에 서 있는 것이다.

About 김 중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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