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천(블루스기타리스트)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하고 넷플릭스(Netflix)가 배급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이하 ‘케데헌’)’의 세계적 열풍이 대단하다. 이 작품은 국내 스튜디오 미르(Studio Mir)가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과 협력해 제작에 참여했을 뿐, 우리나라가 직접적으로 제작을 주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열풍의 부가가치와 효과는 온전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듯하다.
케데헌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케이팝 걸그룹 헌트릭스(Huntr/x)가 무대 밖에서는 비밀리에 ‘데몬 헌터(악마 사냥꾼)’로 활동한다는 설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품 속 배경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이다. 전설 속 요괴·악귀·도깨비 같은 존재들이 현대에 부활하면서 혼란이 일어나고, 헌트릭스가 아이돌 활동과 더불어 세계를 위협하는 초자연적 존재들과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케이팝 콘서트장, 화려한 무대, 연습실, 숙소 등 아이돌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동시에, 서울의 전통시장과 고궁, 지하세계 같은 판타지적 공간을 함께 보여주며 이중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 즉, 케이팝이라는 최신 대중문화와 한국 전통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독창적인 세계관을 제시하고, 글로벌 관객에게 한국적 매력을 전하고 있다.
감독 매기 강(Maggie Kang)은 서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캐나다 토론토로 이주했으며, 클래식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대학 3학년 때 ‘드림웍스’에서 스토리 아티스트로 일한 경력이 있다. ‘케데헌’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만들어낸 핵심 제작자로, 감독 및 각본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그녀는 한국적 뿌리와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전통문화와 현대 케이팝 세계를 조화롭게 결합해, 글로벌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케데헌’의 성공 요인은 크게 다섯 가지로 볼 수 있다. ① K-팝의 글로벌 인기, ② 독창적인 세계관과 스토리, ③ 넷플릭스의 글로벌 배급력, ④ 문화적 메시지와 공감대, ⑤ 현실 음악 차트 성과 등이 맞물려 탄생한 결과이다. 이는 단순히 애니메이션 흥행을 넘어, 가상 아이돌이 현실 음악 산업까지 점령하는 독특한 문화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열기는 더욱 뜨겁다. 넷플릭스 영화 부문 시청률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헌트릭스의〈Golden〉이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고, UK 싱글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아울러 OST인〈Golden〉〈Soda Pop〉〈Your Idol〉이 UK 싱글 차트 TOP 10에 동시 진입하는 등 수많은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어, 일일이 나열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케데헌의 세계적 인기는 우리나라에도 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나 퇴마의식 같은 한국적 설화 요소 덕분에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을 찾고,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은 2024년(1~7월) 1,988,395명이었으나, 2025년 같은 기간에는 3,287,13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까치호랑이 배지’ 등 뮷즈(MU:DS, 뮤지엄 굿즈)는 입고 즉시 품절될 정도로 판매가 급증해, 같은 기간 대비 34%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인 115억 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을 보며 새삼 ‘문화의 힘’을 실감하게 된다. 이제는 문화가 곧 국력인 시대가 된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백범 김구 선생이《나의 소원》서두에서 말씀하신 구절이 떠오른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부평위클리 THE BUPYEONG WEEK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