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석 기자
미국 할리우드의 전설로 불리는 명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9세. CNN,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로버트 레드포드는 16일(현지시간) 유타주 선댄스의 자택에서 자던 중 평온하게 숨을 거뒀다. 구체적인 사인은 유족의 요청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배우 메릴 스트리프는 성명을 통해 “사자 중 하나가 떠났다. 내 사랑스러운 친구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함께 영화 ‘추억’에 출연했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그와 함께한 촬영장은 매일이 순수한 기쁨이었다. 그는 역대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이었다”고 회고했다.

1936년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서 태어난 레드포드는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1969)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할리우드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스팅’(1971)과 ‘추억’(1973), ‘위대한 개츠비’(1974),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 등으로 전 세계 관객의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그의 대표작들은 로맨스나 드라마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와 인간적인 울림을 동시에 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1년 독립영화의 발전을 위해 선댄스 인스티튜트를 설립하고 ‘선댄스 영화제’를 창립해 스티븐 소더버그, 쿠엔틴 타란티노 등 신예 감독들이 주목 받는 발판을 마련했다.

1981년 제5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보통 사람들’(1980)로 감독상, 2002년에 오스카 평생 공로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10년엔 프랑스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았고, 환경운동가로서도 왕성히 활동해 2016년에는 미국의 최고 영예인 ‘자유의 대통령 훈장’을 받았다.

레드포드는 2014년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알렉산더 피어스 역으로 출연해, 인상 깊은 연기로 국내 젊은 관객층에게도 눈도장을 찍었다. 2018년 영화 ‘더 올드 맨 앤 더 건’을 마지막으로 60여년 몸담았던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다.
레드포드는 1958년 미국 역사학자 롤라 밴 웨이거넌과 결혼해 슬하에 딸 둘과 아들 둘을 뒀으나 1985년 이혼했다. 이후 2009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화가 지빌레 자거스와 재혼해 슬하에 두 딸을 뒀다. 2020년엔 아들 제임스를 담도암 투병 끝에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의 별세 소식에 전 세계 영화계는 애도에 잠겼다. 그를 추모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뜨겁다.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기수이자 선댄스 키드들의 대부였던 레드포드는 미국 영화계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으나, 정작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부평위클리 THE BUPYEONG WEEK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