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언 시인, “저 멀치서 삶을 보면서 작지만 뭔가를 찾는 것이 시다”

by이장열 편집인

지난 7월 18일(토) 부평에 있는 아트서점 인터렉티브아트에서 “그 사람과 책” 네번째 초대작가로 김시언 시인을 초청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 축하공연을 싱어송라이터 김상철씨가 진솔하면서 투박한 목소리로 자신의 자작곡 “어머니”를 비롯해서 4곡을 공연해 주었다.

김시언 시인은 “제 시는 요즘 젊은 시인들처럼 말랑말랑하게 쓸 수가 없다. 제가 경험했던 옛 시간 속에서 만남 사람과 사물들을 어느 순간 순간에 그걸 건져 올려서 시를 만들다. 사실 제가 간직한 시간성에는 뭔가 가슴이 아리는 사람과 사물들이 늘 놓여 있었던 같다”고 말을 했다.

김시언 시인이 뽑아 온 10편을 시를 참여한 사람들이 한편씩 낭송하게 하면서, 시가 나오게 된 배경을 내놓았다. 10편 모두가 시인이 일상에서 곡직하게 겪었던 상처과 흔적의 딱지들이 시어로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김시언 시인은 도끼발은 오래 전 송도에서 신문사 교열 기자로 있으면서, 송도 갯벌 무참히 파괴되는 것이 속속드리 바라보면서, 갯벌에 사는 숱한 생명들이 죽어가는 것에 분노해서 도끼라고 들고 저 거대한 욕망의 빌딩들을 무너뜨리고 싶어서 순식간에 써 내려간 시라고 밝혔다.

김시언 시인은 “제 삶이 비정규직으로 이어져 왔기에,  제가 그렇게 살려고 하지 않았지만 비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세상, 살아온 세상에서 아픔보다는 저 멀치서 그 삶을 내려다보면서 작지만 소중한 뭔가를 찾아보고 그려보면서 세상과 마주하는 힘으로서 시쓰기가 자리잡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고 언급했다.

김시언 시인은 올 해 말이나 내년 초에 두번 째 시집을 낼 예정이라면서, 첫 시집에서 와는 다른 시감으로 찾아뵐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행사가 끝나자 김시언 시인과 김상철 싱어송라이터는 사는 강화로 돌아갔다.

한편,  “그 사람과 책-5” 는 2020년 7월 25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인터렉티브아트에서 초대작가 정유천 뮤지션(작사/작곡)으로부터 “음악과 삶 이야기”를 나누고, 싱어송라이터 손지연의 축하공연도 이어진다.

도끼발[斧足] – 김시언

자동차 타이어를 갈갈이 찢어놓을 거야 천년을 벼린 도끼발로 단숨에 내리칠 거야 터진 타이어 조각은 차선을 바꾸며 나뒹굴고 길바닥엔 급정거한 금들이 뱀처럼 서로 엉켜들겠지 백 리 천 리를 걸어도 굳은 살 하나 박이지 않던 뻘밭, 그때 내가 휘두른 도끼는 혀를 닮아 있었지 파도와 해초와 바위와 입맞춤하던 혀 하지만 이제 나는 단단해졌어 딱딱한 도로를 걷느라 강철보다 더 굳어져버렸어 바닷가 신도시 오늘도 나는 아스팔트길을 밀고 올라와 맨발로 걷지 아주 오래 전에 죽은 동족이 석회질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길 제한속도를 위반한 차들이 스키드마크를 내며 질주하는 길

타이어 바퀴 아래 부서진 모래알이 되어 저 껑충한 아파트를 기어오를 거야
아파트를 내리쳐 벽마다 균열을 내고
벌어진 틈으로 해식동굴 빠져나가는 바람 소리를 낼 거야
걷다 보면 부은 발 어루만져주던 파도가 그립기도 하겠지
야반도주하듯 떠나간 낙지 일가는 어느 해안에 이삿짐을 풀었을까
잊지 마 나는 바다의 도끼발
바다가 다 사라져도 나는 사라지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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