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석 기자
배우 안성기 씨가 5일 오전 9시쯤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중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향년 74세.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식사 중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로 후송, 입원한 지 6일 만이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고인은 2019년 혈액암 판정 뒤 투병 생활을 이어오며 연기 복귀를 준비해왔다. 140여 편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사와 궤를 같이한 고인의 별세 소식에 영화계를 넘어 사회 각계의 추모가 이어졌다. 동료 영화인들은 고인을 그의 연기부터 사람됨까지 “따뜻하고 존경스러운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빈소를 찾은 거장 임권택 감독은 “많이 아쉽고 또 아쉽다”며 “(영정을 보며) ‘나도 곧 따라갈 텐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참 무던히 좋은 사람이었다. 연기자로서 정말 충실했다. 현장에서 만나면 늘 편안하고, 연기자로서 조금도 불안함이 없었던 훌륭한 사람이자 배우였다”고 애도했다.
가수 김수철은 “친형 같았던 분이었다. 형은 ‘난사람’이면서 ‘된사람’이었다. 인간미가 아주 깊은, 큰 어른이셨다”고 회고했다. 영화 ‘투캅스’와 ‘라디오스타’ 등에서 고인과 찰떡 콤비로 호흡했던 박중훈은 “선배님이 영화계에 끼친 영향, 선후배 동료들에게 주신 사랑, 잊지 않고 잘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홍신은 “몸이 불편해 저에게 의지해 걸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사진을 찍자고 하면 바로 배우가 돼 환하게 웃었다”면서 “영화 ‘탄생’에서 세 장면 밖에 안 나오는 조연인데, ‘무조건 하겠다’며 아픈 몸을 이끌고 촬영에 임했다. 배우다운 삶을 살다 갔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천주교 정순택 대주교는 “고인은 이웃을 배려하고 약자를 향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으셨으며 기부와 선행을 통해 함께 사는 세상에 희망을 전했다”며 “영화와 삶을 통해 남기신 진솔함과 선함을 오래 기억할 것”이라고 생전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기도 했던 고인을 추념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도 “우리에게는 인자한 미소의 ‘국민 배우’였고, 전 세계 어린이에게는 든든한 ‘희망의 버팀목’이었던 안성기 친선대사님, 배우의 삶만큼이나 어린이를 지키는 일에 일생을 바치셨으며, 그 존재 자체로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되어 주셨다”고 추모의 글을 남겼다.
외신도 고인의 삶과 업적을 집중 조명 타전했다. 5일 미국 유력매체 AP통신과 버라이어티 등은 “한국 영화계의 최고 스타 중 한 명으로, 60년에 걸친 왕성한 활동과 긍정적이고 온화한 대중적 이미지로 ‘국민 배우’라는 별명을 얻었던 안성기가 이날 별세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또한 “그는 이후 평단의 극찬을 받은 다수의 흥행작에 출연하며 남우주연상을 휩쓸었고, 1980~90년대에 걸쳐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인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며 “특히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다섯 차례 수상한 기록은 아직까지 어떤 한국 배우도 달성하지 못한 전무후무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고인에게 대중문화예술 분야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했다. “고인은 세대를 아우르는 연기를 보여주며 한국영화와 생애를 함께해 온 ‘국민배우’로 평가받아 왔다”며 “한국영화의 대중적 도약과 산업적 성장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사회적·문화적 외연 확장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장례는 고인이 이사장을 맡고 있던 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 영화인장으로 5일간 엄수된다.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 등 후배 배우들이 운구를 맡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발인은 오는 9일 오전 6시,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에 마련되며 이곳서 영면에 든다.
부평위클리 THE BUPYEONG WEEK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