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지, 하루 매출 2억… ‘콘텐츠=공짜’ 공식 깼다

카카오페이지, 하루 매출 2억… ‘콘텐츠=공짜’ 공식 깼다
취재=박순찬 기자 편집=뉴스큐레이션팀 |입력 : 2015.07.15 07:30

초기 ‘망했다’ 평가… 2주마다 서비스 개편
한국에서 ‘제 돈 주고 온라인이나 모바일 콘텐츠 사보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워낙 포털·파일공유 사이트를 통해 공짜로 보는 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카카오페이지가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13년 4월. ‘PC는 이미 공짜 세상이 됐지만, 모바일에서만큼은 유료 콘텐츠 문화를 만들자’는 야심 찬 목표를 내걸었다. 모든 콘텐츠에는 판매자(창작자)들이 최소한 500원 이상 요금을 매기도록 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호기심에 들어왔던 이용자들은 유료 결제 안내를 보고 발길을 끊었다. 앱(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한 사람 중 실제 사용자 비율도 10% 밑으로 떨어졌다. 시장에 손님이 찾지 않으니 창작자들의 관심도 시들해졌다.
콘텐츠 유료화를 시도했던 업체들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쳐 사업을 접는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지 담당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앱 리뷰에 남겨진 ‘이용자 의견’에 주목했다. ‘결제하기가 불편해요’ ‘화면이 작아서 보기 힘들어요’ ‘유료 말고 무료도 보여주세요’ 등 불만이 숱하게 나왔다.
일단 돈 주고 살 만한 ‘구독권’을 만들었다. 이전에는 유료 만화를 보려면 매 편 일일이 결제하거나 30일짜리 이용권(기간권)을 끊어야 했다. 기간권은 연재가 드문드문 진행되는 경우에는 효용이 떨어졌다. 카카오페이지는 서비스 출시 5개월 만에 기간권을 없애고, 1회·5회·10회 등 회차별 이용권을 도입했다. 높은 단위의 이용권을 사면 할인을 많이 해줬고 이용 기간 제한도 없앴다. 
작년 4월부터는 젊은 층이 열광하는 웹소설과 웹툰을 추가하고 입소문이 나도록 무료로 풀었다. 유료화 기조는 유지하되 ‘일단 사람이 북적여야 매출도 나온다’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무료 웹툰·웹소설 도입 6개월 만에 이용자가 3배로 늘었다. 다음카카오는 “2년 3개월간 50여 차례 서비스를 뜯어고치며 매달린 결과”라고 했다.
유료 모델이 자리를 잡으면서
‘억대 매출’을 올리는 창작자도
하나둘 생겨나
콘텐츠에도 ‘게임 결제 방식’ 적용
문제는 공짜 콘텐츠만 쏙쏙 골라보고 빠져나가는 이들의 지갑을 어떻게 여느냐였다. 카카오페이지는 작년 10월 ‘기다리면 무료’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단 유료 콘텐츠를 한 편 본 사람에게는 1~7일 뒤 다음 편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제도다. 며칠만 기다리면 공짜로 볼 수 있지만 후속편이 궁금해서 도저히 못 기다리는 사람은 유료 결제를 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자 매출 그래프가 치솟기 시작했다. 현재 이 시스템이 적용된 것은 전체 콘텐츠 9500여건 중 3% 수준(300여개)이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는다.
유료 모델이 자리를 잡으면서 ‘억대 매출’을 올리는 창작자도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매출 12억원을 돌파한 판타지 소설 ‘달빛조각사’의 남희성 작가를 비롯해 누적 매출 2억원을 넘긴 작품만 16편이다. 1억원 이상을 달성한 작품도 54편이나 된다.
카카오페이지 연재를 희망하는 창작자도 늘고 있다. 작년 말 A4 용지 한 장 분량(2000자 이내)의 ‘초단편소설 백일장’을 열자 2주 만에 응모작 3700여편이 몰렸다. 모기의 시점에서 겪는 고뇌와 위험을 담은 ‘최후의 만찬’, 미남 미녀에게 외모세를 부과한다는 설정의 ‘잘생겼다’ 등 기발한 작품이 연재 기회를 얻었다. 
이두행 카카오페이지 서비스 총괄은 “콘텐츠 수익이 다시 창작자에게 돌아가서 양질(良質)의 콘텐츠가 재생산되는 구조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셈”이라며 “앞으로도 콘텐츠 유료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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