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천(블루스기타리스트)
닐 영(Neil Young, 1945~)은 캐나다 출신이지만 복수 국적인 미국의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서 미국 남부의 노예제 잔재와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등 메시지가 강한 곡들을 여럿 발표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Heart of gold’가 많이 알려져 있지만 1970년에 발표한 ‘Southern man’ 또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노래는 이렇게 시작된다.
Southern man better keep your head
Don’t forget what your good book said
Southern change gonna come at last
Now your crosses are burning fast southern man
노래가사에는 흑인노예제도와 KKK단을 비판하는 내용 등 남부사람이라면 껄끄러운 내용들이 담겨 있는데, 결국 가사의 핵심은 ‘남부는 과거의 잘못에 침묵하지 말고, 정의를 위해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노래가 발표된 이후, 미국의 서던 록 밴드인 레너드 스키너드(Lynyrd Skynyrd)는 1974년 곡 ‘Sweet home Alabama’를 통해 응답한다. 곡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담겨 있다.
Sweet home Alabama, where the skies are so blue
I hope Neil Young will remember
A Southern man don’t need him around anyhow
가사에서 알 수 있듯 레너드 스키너드는 닐 영의 비판을 외부인의 편견으로 받아들이며, 남부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지키고자 하는 입장을 명확히 한다. 이로 인해 이 곡은 닐 영의 ‘Southern man’에 대한 일종의 ‘반격’으로 해석되곤 한다. 이 사건은 북부 출신인 닐 영의 직설적이며 비판적인 시선과 남부 출신인 레너드 스키너드의 남부에 대한 자긍심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대중의 예상과 달리 두 뮤지션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우호적이었다. 닐 영은 ‘Sweet home Alabama’를 좋은 곡이라고 평가했으며, 레너드 스키너드는 공연 중 닐 영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연주하기도 하였다. 또한, 1977년 레너드 스키너드의 보컬 로니 밴 잔트(Ronnie Van Zant)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했을 때, 닐 영은 진심으로 애도를 표했다. 이후 공연에서 ‘Sweet home Alabama’의 기타 리프를 연주하거나, 레너드 스키너드 멤버들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등장하는 식으로 공식적인 추모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닐 영이 1979년 발표한 곡 ‘Powder finger’가 로니 밴 잔트를 염두에 두고 쓴 곡이라는 설도 있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사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했고, 같은 마음으로 음악을 했던 거죠. ‘Southern Man’과 ‘Sweet home Alabama’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곡이지, 개인을 향한 악감정은 아니었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닐 영과 레너드 스키너드의 이 에피소드는 단순한 음악적 대립을 넘어, 사회 정의에 대한 요구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라는 두 시각의 충돌을 잘 보여준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역사문제, 지역감정, 정치적 이견 등으로 인해 격렬한 대립이 발생하곤 한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혐오가 아닌 서로의 시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접근한다면 보다 건강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닐 영과 레너드 스키너드의 관계는 우리에게 갈등 속에서도 이해와 존중, 나아가 공감이 가능하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부평위클리 THE BUPYEONG WEEK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