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예언한 ‘박근혜의 운명’

취재:이정민 기자_m924914@incheonpost.com

대통령의 자서전과 연설문을 통해 바라본 영욕의 40년 정치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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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나는 목적을 향해 끝까지 나아가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운명이 지워준 책임과 사명을 다 하지 않고 외면할 땐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박근혜 일기 모음집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

‘영애 박근혜’가 대통령의 자격을 잃어버렸다. 독재자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 영욕의 정치 40년에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200만 촛불과 5천만 국민은 대통령에게 퇴진을 명령하고 있다. 정치권도 탄핵으로 응답했다. 이제 대통령의 갈 길은 명확히 정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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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안방에서 국민의 촛불을 바라본 대통령의 심경은 어떠할까. 끝내 검찰조사까지 거부한 피의자 신분의 박근혜는 지난 삶의 굴곡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을까. 문득 그가 지은 책들이 궁금했다. 온라인 ‘교보문고’에서 ‘박근혜’를 검색하자 무려 300권이 넘는 책들이 나열됐다.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 ‘박근혜 일기’, ‘박근혜 한국 최초 여성 대통령’, ‘박근혜 현상’, ‘성공이냐 좌절이냐 박근혜의 외로운 줄타기’, ‘숙명 박근혜 그의 삶과 대한민국’, ‘박근혜 조용한 혁명’, ‘박근혜의 거울’, ‘국가와 결혼한 첫 여성대통령 박근혜’, ‘박근혜 로맨스와 기타 스캔들’ 등이다.

박근혜가 예언한 박근혜의 운명 그리고 퍼스트레이디

국회도서관이나 지역도서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작가 박근혜가 쓴 자서전이나 수기록은 찾기 어려웠다. 겨우 책 ‘박근혜의 꿈’을 통해 저자 박근혜의 운명,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대처 수상, 메르켈 총리, 할로넨 대통령, 라이스 장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CEO 칼리 피오리나 등.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여성이 정치와 경제를 주름잡고 있다.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우리만 ‘여성은 아직 안 된다’는 편견으로 여성의 능력을 썩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책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

영애 박근혜는 최초 여성 대통령의 꿈을 아버지 박정희에게 철저히 교육받았다. 청와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누구보다 잘 해냈다. 어머니 육영수, 아버지 박정희가 총에 맞아 돌아가셨을 때에도 그는 누구보다 의연했다. 특히 아버지 죽음 소식을 들었을 때조차 장녀 박근혜는 ‘전방 상황은 괜찮습니까’라고 물을 정도였다.

“바른 삶, 그 자체의 단정함과 고매함과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좋아해야만 바른 삶을 살 수 있다.(중략)..왕위에 오른 사람도, 그 어떤 명예, 부귀를 누리고 있는 사람도 위와 같은 철학과 인품이 갖추어져 있지 않는 한 아무 것도 아니다”(책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

인간 박근혜 삶에 있어 중요 이정표가 되었던 것은 인격의 완성이었다. 그가 쓴 일기에서는 성찰, 향기, 완성된 인품, 생의 충실함, 보람과 기쁨 등이 빼곡했다. 그러나 역사의 아이러니였던가. 인간 박근혜는 청와대를 나오고서도 여전히 공주 코스프레에 갇혀 살았음을 그의 책은 방증한다. 아직 여왕에 오르지 못한 그의 기대와 설렘도 일기 속에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어머니를 잃고 적막감이 도는 청와대 안에 온기를 불어넣고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스물두 살 나에게 주어진 숙명이었다. 나는 지난 시절을 접고 철저하게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로 다짐했다”(책 ‘박근혜 자서전’)

박 대통령의 일기 쓰는 습관…수첩 인사로

박근혜 대통령은 어렸을 때부터 일기 쓰는 것을 즐거워했다. 그의 책 ‘절망은 나를..’에 보면 일기쓰는 습관을 길러준 어머니에게 감사하다는 심경을 전한다. 그는 작가 박근혜로 ‘한국문인협회’ 회원 자격을 얻기도 했다.

“어머니의 가르침에 따라 초등학교 때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기를 쓰는 습관이 몸에 베어 있다. 그날의 잘한 일과 잘못한 일을 빠짐없이 쓰고 고쳐야 할 단점은 일기장뿐 아니라 따로 수첩에 적어 두었다”

책은 박근혜의 청렴성을 유독 강조했다. “그렇게 충성을 다해 일 해도 국물도 없다”, “국민들은 청렴결백하며 국물도 없는 박근혜를 믿는다”, “눈만 뜨면 억! 억! 하는 썩은 냄새로 질척거리는 국물 때문에 국민들은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 등등. 그러나 책은 책일 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썩은 냄새로 질척거리는 최순실 국물 때문에 퇴진 위기에 내몰렸다.

박근혜 신드롬도 언급됐다. 일례로 박근혜의 5무 리더십에는 “첫째 화를 내지 않고 둘째 반말을 하지 않으며 셋째 봉투가 없고 넷째 눈물이 없고 다섯째 스킨십이 부족하다” 등이었다. 그리고 박근혜가 싫어했던 3가지에는 “첫째 변명하는 유형이요, 둘째 약속을 잘 안 지키는 유형이요, 셋째 거짓말하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근혜 신드롬도 언론이 과대포장한 거품에 불과했다.

독재자의 딸 박근혜, 그의 정치적 리더십은

2012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외신 1면에 ‘독재자의 딸’로 치욕을 맛 봤다. 그럼에도 그는 18대 대통령으로 끝내 당선됐다. 하지만 이후 밝혀진 국정원 대선댓글 사건 등이 국민적 공분을 샀다. 마치 쿠데타로 독재에 성공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 길을 뒤이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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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통치를 사전적으로 해석하면 독재가 되겠으나 그 당시 시대상황 전체를 보면서 유신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버지 시대의 인권탄압에 대해서는 자식된 입장에서 그 피해자들에게 깊이 사과하고 싶습니다”(주간 ‘신동아’ 인터뷰)

“제 이름인 ‘Geun Hye’의 이니셜이 GH인데 저는 이것을 ‘Great Harmony’라는 뜻으로 새기고 있다. 이는 지역간·계층간 갈등의 해소, 한반도 긴장완화 평화정착, 동아시아 협력증진 등을 포함하는 정치적 신념이요, 비전입니다. GH의 책임있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외신기자 간담회 기조연설)

전 국민적 탄핵국면으로 국민대통합 이룬 역설의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역량을 훼손하는데 누구보다 앞장섰다. 오죽했으면 한나라당 의원 22명이 참여한 ‘환생경제’ 연극에서 대놓고 ‘죽일 놈’, ‘개잡놈’, ‘육시랄 놈’이라며 노 대통령을 폄하하는 데 앞장섰을까. 박 대통령은 연극을 보며 최고의 희열을 느꼈으리라.

박 대통령은 국민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했다. 진보와 보수도 특히 많이 썼다. 그는 자신을 누구보다 지혜롭고 똑똑한 정책전문가임을 대내외에 내세우려 애썼다. 그리고 인간 박근혜는 대한민국과 결혼했다는 ‘일심동체설’을 누구보다 강조했다.

“동지 여러분, 저는 부모님도 안 계시고, 이제 더 이상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는 사람입니다. 오로지 여러분과 대한민국이 있을 뿐입니다. 엄청난 시련을 겪고 오늘의 저를 만들어준 이 나라와 이 국민들에게 저의 모든 것을 바칠 것입니다”(한나라당 전당대회 후보 연설)

‘혹세무민’이라 했던가. 그의 심복이었던 전여옥 의원은 박 대통령의 화법을 두고 “말 배우는 어린아이들이 흔히 쓰는 ‘베이비 토크’와 크게 다른 점이 없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은 최근 민간인 최순실에게 연설문, 국가 주요 문서 등을 검토 받고 수정한 사실이 밝혀졌다.

박 대통령은 박정희 군부독재시절부터 철저히 대통령 학습을 받아왔다. 아버지를 따라 국토시찰과 현장 방문에 항상 함께했다. 국방, 외교분야도 철저히 공부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조기 정치 경험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 아버지의 뒤를 따라 철저히 정치를 악용했고 권력유지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권한을 남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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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서 사심을 갖거나 내 주위의 이익을 도모한다면 그런 정치는 이미 존재 가치가 없습니다. 정치란 나를 버려야 하는 것이며 그 동안 내 정치 철학에 박근혜는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권력투쟁이라고 하지만 나를 버릴 때 정치는 권력투쟁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 되고 비워진 바로 그곳에 국가와 국민을 채울 수 있습니다”(부경대 명예정치학박사학위 수상 소감)

정치인 박근혜는 지난 40여년 간 독재자 아버지처럼 철저히 국민과 애국을 이용했다. 젠더로서의 여성을 방패막으로,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창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그는 공주로, 여왕으로 시대를 회귀해 제왕군주로서의 삶을 향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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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그녀가 이제 모든 것을 잃었다. 철저히 고립됐다. 절벽 끝에서 홀로 남아 울고 있는 모양새다. 마지막 부탁이다. 여왕 박근혜 대통령이여, 당신의 마지막 눈물이 더 이상 ‘악어의 눈물’이 아님을 바랄 뿐이다. 영화 ‘패왕별희’가 스쳐간다.

“권력은 칼이다. 권력이 클수록 그 칼은 더욱 예리하다. 조금의 움직임으로도 사람을 크게 해칠 수 있다. 그러므로 큰 권력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지만 정작 그 큰 권세를 가장 두려워해야 할 사람은 그곳을 소유한 당사자이다. 깊은 철학을 지니고 수양을 많이 한 사람, 하늘의 가호를 받는 사람이 아니면 누구도 자기의 큰 권세를 제대로 다룰 수 없다. 그 칼을 마구 휘둘러서 쌓이는 원망, 분노, 복수심 등은 되돌아와 그의 목을 조른다”(책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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