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학관 여름 시창(詩窓), ‘게 눈’

최광석 기자

한국근대문학관이 여름 ‘시창(詩窓)’을 게시한다. ‘시창’은 문학관 전면 거대한 유리벽을 활용한 ‘시가 있는 창’이라는 뜻으로 2014년부터 꾸준히 이어와 지나는 행인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계절에 맞는 시를 게시해 왔는데 지금까지 모두 45편의 주옥같은 시들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명시(名詩)를 접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되는 시는 故 이가림 시인(1943~2015)의 ‘게 눈’으로 성큼 다가온 여름날 갯내 물씬한 인천 바닷가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고인의 시집 ‘바람개비별’(시학)에 실렸다.

평생 갯벌만 찍는
잽싼 스냅 사진사의 카메라
그 희한한 볼록렌즈엔
밀물도 아니고 썰물도 아닌
어지러운 우주의 온갖 찬란한 만다라 무늬들
아롱아롱 비칠 뿐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단에 나온 이가림 시인은 불문학자이자 번역가로 인하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았으며 인천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시창’은 지역 문화콘텐츠로 주목받고 있으며 포토존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SNS상에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인증샷 공유가 이어지며, 문화공간으로서 문학관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문학관 관계자는 “게시된 시를 통해 바쁜 일상 속 잠시 멈춤의 순간을 시민들과 나누고자 한다”면서 “시와 함께하는 일상이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줄지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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