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천(블루스기타리스트)
최근 전 세계적으로 ‘네포 베이비(Nepo Baby)’ 논란이 뜨겁다. 네포티즘 베이비(Nepotism Baby)의 줄임말로, 부모나 가족의 권력과 명성을 등에 업고 기회를 얻은 이들을 가리킨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널리 통용되고 있으며 유명 배우나 가수의 자녀가 쉽게 연예계에 진입하는 현상을 뜻한다.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하는 릴리 로즈 뎁(Lily-Rose Depp)은 배우 조니 뎁과 가수 겸 배우 바네사 파라디의 딸로, 샤넬의 뮤즈로 자리 잡았다. 카이아 거버(Kaia Gerber)는 슈퍼모델 신디 크로퍼드의 딸로서 10대 시절부터 모델 활동을 시작해 현재는 글로벌 런웨이에 오를 정도로 성공했다.
배우 멜라니 그리피스와 돈 존슨의 딸 다코타 존슨(Dakota Johnson)은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를 통해 대중적 스타 반열에 올랐다. 마야 호크(Maya Hawke)는 배우 에단 호크와 우마 서먼의 딸로,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확보했다.
힙합가수 겸 배우 제이든(Jaden)은 성 스미스(Smith)를 지우고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하며 활동하고 있다. 그 또한 유명배우 윌 스미스의 아들이다. 이처럼 부모의 유명세와 발 넓은 인맥 덕분에 쉽게 데뷔하거나 한 자리를 꿰차는 현상은 결코 미국 할리우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와 연예계를 중심으로 네포 베이비 논란이 반복돼 왔다. 유명 정치인의 자녀, 전직 검찰청장의 자녀 사례는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연예계에서도 부모의 명성과 인맥 덕에 손쉽게 데뷔한 사례는 차고도 넘칠 만큼 흔하다. 문제는 공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반발이다.
“우리는 스펙 하나 만들려고 밤을 새워도 힘든데, 어떤 이는 태어나자마자 기회를 갖는다.” 이러한 박탈감은 단순한 질투가 아니라, 제도의 불공정성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이어진다. 네포 베이비는 흔히 ‘아빠찬스’와 유사한 개념으로 한국 사회에서 쓰이는 ‘금수저’ 개념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금수저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사람을 지칭한다. 돈과 재산 그 밖의 사회적 지위 같은 물질적 배경의 후광을 입는 것으로, 재벌가, 대기업 오너의 자녀, 상속을 통해 다수의 부동산을 보유한 이들이 대표적이다. 즉, 돈과 자산 덕분에 출발선이 남보다 앞선 사람을 뜻한다.
물론 부모의 후광이 있다고 해서 모두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재능과 노력으로 스스로 인정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차원에서 보자면, 이런 현상은 결국 ‘흙수저 vs 금수저’, ‘공정 vs 특혜’라는 갈등 구도로 이어지며 한국 사회의 공정성 담론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여기서 비롯되는 문제는 공정성 훼손, 능력 검증 부족, 사회적 불평등 심화, 세대 갈등과 불신, 문화·산업의 다양성 저해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극심한 분노와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키며, 사회적 갈등을 낳고 증폭시키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네포 베이비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을 드러내는 사회적 상징의 하나다. 한국 사회에서 네포 베이비는 공정성 담론을 촉발하는 중요한 키워드이며,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묻게 만드는 현상인 것이다.
부평위클리 THE BUPYEONG WEEK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