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사람의 손 화성작가회의에서 문학상을 제정했다. 회원들의 창작열을 북돋우기 위해 십시일반으로 모은 상금을 수여하는 행사에 축사를 부탁 받고 귄터 그라스의 에칭화 중 ‘글 쓰는 사람의 손’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귄터 그라스는 글을 쓰기 전에 그림을 먼저 그리기도 했는데 그림은 글과 상호텍스트적인 교감 속에 상징적인 메시지를 구현한다. “사람들이 설사 우리들을 …
Read More »‘손택수의 耳目口心書 5′ 코끼리의 상아
스푸마토 다빈치는 <모나리자>의 표정을 은은하면서도 어둡게 처리해서 여인의 표정을 쉽게 알 수 없게 했다. ‘스푸마토(sfumato)’ 기법이다. 이 기법은 유화 물감으로 얇게 수십 회씩 칠을 퇴적시켜 평면에 입체감을 갖게 한다. ‘연기처럼 사라지다, 안개 낀’의 뜻으로서 다빈치가 활동한 밀라노의 안개가 자주 끼는 지형적 특성이 선물한 기법이다. 안개의 불투명성은 명약관화의 너머에 있는 신비 …
Read More »‘손택수의 耳目口心書 4′ 육천 원 삼계탕
나의 신대륙 발견 버스로 서너 코스 구간은 그냥 걸어다니는 습관을 들였다. 어지간한 길은 걸어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그저 반복에 지나지 않던 데면데면한 풍경들이 새뜻하게 다가온다. 몇 해째 그저 통과하기에 바빴던 골목길의 수국이 처음처럼 자태를 드러내고, 올 해 들어 초면인 나비가 비로소 마음에 인화된다. 한여름 복판에서 나비를 처음 보다니! 수없이 왔으나 한 번도 …
Read More »‘손택수의 耳目口心書 3′ 담뱃갑 메모
담뱃갑 메모 용인의 김현경 선생 댁을 방문했을 때 생전의 시인 김수영이 썼다는 메모장들을 보았다. 1966년에 쓰인 산문「생활의 극복―담뱃갑의 메모」에서 김수영은 수첩을 지니고 다니기가 귀찮아 담뱃갑에 메모를 해두는 버릇이 있음을 밝힌다. ‘너무 욕심을 많이 부리면 도리어 역효과가 나는 수가 많으니 제반사에 너무 밀착하지 말라’, ‘슬퍼하되 상처를 입지 말고, 즐거워하되 음탕에 흐르지 …
Read More »‘손택수의 耳目口心書’-2
장청사(長靑社) 18세기 화성의 남양 바닷가 고을들은 울울창창한 소나무숲이 많았으나 염전이 늘면서 땔감용으로 산야가 머지않아 벌거숭이가 되었다. 이에 이옥은 나무를 심고 보호하는 결사를 조직하는데 손수 지은 이름이 ‘장청사’다. 매일 두 사람씩 윤번으로 산을 순찰하여 감시를 하였고 이를 게을리 하면 엄히 다스리는 금법을 만들었다. 또한 매년 4월과 10월엔 회합하여 나무 심기의 성과를 …
Read More »‘손택수의 耳目口心書’-1
1. 생태통로 청계동에서 치동천을 따라 청계교를 건너 일터까지 도보로 출근을 한다. 오산천과 만나는 지점에선 정비 공사가 아직 끝나질 않아 대로변으로 올라와서 반석산 쪽을 향해 걸어야 한다. 생태통로를 겸하는 반석산 녹색교가 나오면 그쪽으로 올라와 숲을 끼고 산책을 하는 느긋한 걸음으로 일터에 이른다. 생태통로는 비용도 많이 들고 해서 다른 나라에선 효용성을 따져 …
Read More »‘손택수의 耳目口心書’를 시작하며
손택수 시인 연암 박지원은 이덕무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를 소개하면서 ‘귀, 눈, 입, 마음이 책임을 게을리 하지 않아 듣고 보고 말하고 생각하는 대로 쓴’ 저작물이라 하였다. 이덕무의 ‘귀와 눈은 바늘구멍 같고 입은 지렁이 구멍 같으며 마음은 개자 크기만 하여’ 보잘 것이 없다는 겸손에 대한 상찬이다. 간서치로 통했던 정조시대의 검서관 이덕무의『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는 소품문 형식의 자유로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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